[의료계 폐업 엇갈린 내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의료계 집단 폐업사태를 불러온 의약분업 실시를 두고 국무회의에서 장관들간에 50분간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20일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세종실. 차흥봉(車興奉)보건복지부 장관이 실태보고를 했다.

車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의사회가 조만간 내놓을 요구안을 검토해 수용여부를 결정하겠다" 고 말했다.

곧 참석자들의 걱정과 쓴소리가 쏟아졌다.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은 "서울대 병원에선 전공의까지 파업에 가담하는 통에 오후부터 차질이 우려된다" 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최인기(崔仁基)행정자치부 장관도 "지방도립병원도 상황이 안좋다" 며 "각 시.도지사들에게 병.의원을 설득하도록 얘기했다" 고 밝혔다.

김정길(金正吉)법무부 장관은 "주동자에 대해 엄단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고건(高建)서울시장은 "대화를 좀 더 해야 하지 않았나" 라고 지적했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다른 개혁조치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고 걱정했다.

진념(陳稔)기획예산처 장관은 "의료계가 보건복지부에 대해 신뢰도가 낮은 만큼 범정부 기구에서 처리해야 한다" 고 따끔하게 말했다.

車장관이 "의보수가를 재조정하겠다" 고 하자 田위원장이 "동네 의원을 기준으로 의보수가를 올리려면 끝이 없다" 고 받아쳤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정리했다. 金대통령은 "(의료계가)일방적으로 정부의 굴욕을 강요하고 있다" 고 의료계를 비판한 뒤 "협상하되 원칙을 지키라" 고 주문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