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대표, 인사청탁 의혹 오찬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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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006년 12월 20일 한명숙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정 대표. [김경빈 기자]

“정세균 대표는 (산업자원부 장관) 퇴임을 앞두고 총리공관 오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의 발언은 없었다. 이것이 알파고 오메가다.”(노영민 대변인)

“정세균 대표가 2006년 12월 20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인사 청탁을 위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동석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한 21일 민주당의 공식 반응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정 대표는 공개석상에선 이와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공개 회의 중 정 대표가 “퇴임을 앞두고 연말도 되고 해서 퇴임 인사차 식사 한 번 했던 자리”라고 설명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한 게 전부였다.

사실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은 안희정 최고위원이 가로막았다. 안 최고위원은 “이것은 명백히 정치적 사건”이라며 “사실 관계에 대해선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공판과정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의 묵비권 전략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민주당의 묵비권 전략은 ‘노무현 학습 효과’ 때문이다. 정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의혹을 하나 해명하면 검찰은 그에 맞춰 시나리오를 변경하고, 혐의 사실과는 무관한 내용들을 흘려 궁지로 몰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으로선 분명히 악재”라며 “예산 투쟁에 미칠 영향도 문제지만 수사가 어디까지 번질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를 비판해 왔던 비주류는 일단 움츠리는 분위기다. ‘국민모임’은 22일 하려던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정동영 의원 복당 문제와 지도부의 ‘혁신과 통합’ 기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예상됐던 토론회였다. 최규식 의원은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기엔 적절치 않은 시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힘을 얻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386그룹의 한 전직 의원은 “지역위원장들 사이에선 한 전 총리가 출마 선언으로 정면 돌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노무현재단 양정철 사무처장은 “한 전 총리가 검찰조사를 받던 18일 하루에만 2억2000만원의 재단 기부금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호남권의 한 의원은 “재판 과정이 긴 진실공방으로 흐를 경우 여론은 금세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장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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