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 '6·15선언' 평가 달라진 이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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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 정상의 6.15공동선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접근자세가 변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의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영수회담이 계기가 됐다.

李총재는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한나라당이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대목들을 金대통령에게 거듭 따져물었고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李총재는 18일 주요 당직자들에게 "내용을 들으니 의문이 많이 풀렸고 몰랐던 것도 알게 됐다" 고 회담 결과를 밝혔다.

李총재는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 金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전해준 몇가지 비공개 대화도 소개했다고 한다.

李총재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거리를 두던 입장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야당의 참여방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李총재가 金대통령에게 "남한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북한 언론인들을 초청하겠다" 는 제안을 하고 金대통령에게 협조를 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형근(鄭亨根)제1정조위원장은 "남북 문제에 야당이 적극 개입하면서 총재가 그 중심에 설 필요가 있다는 당내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 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金대통령과 李총재가 나눈 이슈별 대화내용.

◇ '자주' 개념과 주한미군 철수

▶李총재〓합의문 1항의 '자주적 해결' 이란 말은 외세배격, 특히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金대통령〓국정원장도 설명했지만 주한미군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이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토의가 있었다.

◇ 연합.연방제 통일방안

▶李총재〓북한의 연방제안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불용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제안한 연합제는 과연 뭔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존속은 언급했는가.

▶金대통령〓연합제는 노태우 대통령 당시 남북연합과 똑같은 거다. 낮은 수준의 연방제안이라는 것은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李총재〓그렇다면 통일을 하지 말고 현 체제로 가자는 것 아닌가.

▶金대통령〓김정일 위원장 자신도 고려연방제는 어렵다는 얘기를 했다. 金위원장이 보안법 폐지를 주장해 북한의 노동당 규약이나 형법도 마찬가지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산가족 상봉

▶李총재〓상봉이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된다.

▶金대통령〓만약 일회성으로 끝내면 다른 조처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李총재〓비전향장기수 송환을 언급하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다뤘어야 했다.

▶金대통령〓이산가족 문제를 통크게 처리하면 장기수 문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국군포로 문제는 장기수와 달리 정확한 실상이 확안되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다.

◇ 남북 정상회담 평가

▶李총재〓제일 큰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이 평화의 사도처럼 부각된 것이다. 북의 전쟁위협이 없어지고 통일이 다가온 것처럼 들뜬 분위기가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그대로 있고 실제로 변한게 없다.

▶金대통령〓들뜬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 정체성이나 안보문제에 대한 생각은 여야의 차이가 없다. 야당의 협조를 얻어 문제를 잘 풀테니 협조해 달라.

이수호.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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