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이 악수하고 같은 차에 타는 것을 보니 남북 사이의 철의 장막이 확 무너지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국내에서 1995년 워싱턴D. C.에 세워진 한국전 기념탑 건립비용을 가장 많이 낸 것으로 최근 밝혀진 재미교포 의사인 정동규(68)씨의 감회다.
지금까지 모두 45만달러 이상을 미국의 한국전 재향군인회에 쾌척해 온 정씨는 로스앤젤레스 남부 롱비치 메모리얼 종합병원 심장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6.25당시 청진의대에 다녔던 그는 한국군을 따라 남하하면서 어머니에게 "사흘 뒤에 돌아오겠다" 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다.
56년 제대한 후 수도의과대(고려대 의대 전신)를 졸업한 그는 62년 미국으로 건너가 의사의 길을 걸었다. 정씨는 뒤늦게나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83년 미국 시민권자로서 북한을 방문했으나 어머니는 간암으로 이미 세상을 뜬 상태였다.
정박사는 어머니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서 89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3일간의 약속' 이란 영문판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미국의 저명한 상담가 애비의 칼럼인 '디어 애비' 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의 도움으로 자유를 얻고 성공도 했기 때문에 미국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 기부를 했다" 는 정씨는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을 남편으로 둔 한 여인이 '당신이 성공한 것을 보니 남편의 죽음이 허사가 아니었다' 고 편지를 보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 말했다.
정씨는 95년 '잊혀진 전쟁의 회상' 이라는 책을 펴내고 수익금 전액을 한국전 기념물 건립비로 기부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본 그는 "남북이 서로 이해하고 노력하면 머지 않아 통일을 이룰 것" 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