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커다란 샐러드 볼 하나면 싱싱한 ‘홈 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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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그릇의 크기가 제각각 다를 땐 큼직한 샐러드 볼 하나가 식탁의 포인트가 된다. [촬영협조= 나인스파이스]

겨울이라고 뜨끈한 국물 요리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탱글탱글한 토마토, 푸릇푸릇한 로메인 상추가 담긴 샐러드는 보는 순간 한겨울에 봄이 찾아왔나 싶다. 시각과 미각이 동시에 깨어난다. 이 장면을 극대화시키려면 샐러드만큼은 미리 만들어 1인분씩 내놓기보다 먹기 직전 손님·식구들 앞에서 버무려내는 게 좋다. 그 순간, 절실해지는 건 누구나 탐낼 만한 샐러드 볼이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샐러드 볼은 서빙 볼·믹싱 볼의 중간

흔히 샐러드 볼이라고 하면 믹싱 볼·서빙 볼과 혼용될 때가 많다. 세 종류 모두 일반 그릇들보다 크고 깊이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릇업체나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조차 딱 떨어지는 구분은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믹싱 볼은 조리를 목적으로 만든 것, 서빙 볼은 샐러드뿐 아니라 파스타·과일 등을 덜어 먹을 수 있게 만든 용기라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절충하는 용도가 샐러드 볼이라는 것. 요즘은 샐러드 볼과 서빙 볼이 별 차이 없이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

웰빙 바람에 나무 제품 인기

샐러드 볼의 재질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가볍고 쓰기 편한 실리콘·플라스틱, 투명해서 보기 좋은 유리, 열에 강한 우레탄 등 장단점이 뚜렷하다. 스테인리스 스틸 샐러드 볼은 코팅하지 않아 무해하고 냄새·기름기가 남지 않아 꾸준히 이용된다. 하지만 가장 무난하게 쓰이는 건 도자기(사기)류다. 튀지 않으면서 은은하고 품위 있어 보여 접대용으로 찾는 이가 많다.

최근 1~2년 사이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나무 샐러드 볼이다. 그릇도 ‘웰빙’ ‘에코’ 바람을 탔다. 건강에 이로운 식기라는 점, 나무는 재활용되므로 환경을 망치지 않는다는 맥락에서다. 대나무가 일반적이지만 고가의 아카시아 제품도 잘 팔린다. 쇼핑몰 앨빈앤데코의 하소영 대표는 “나무 제품은 외국 스타 셰프들이 나오는 요리 프로그램이나 해외 요리 블로그를 보고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원형·사각·타원·별 등 다양하네

‘볼’이라고 하면 우선 깊이감이 있는 것부터 생각하지만 1.5㎝ 이상만 움푹하면 된다는 게 홍신애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설명이다. 이 정도 깊이면 소스가 흘러내리지 않기 때문에 볼로서 충분히 유용하다는 것. 요즘엔 접시와 구분이 안 될 만큼 납작한 모양이 많아졌다. 채소나 과일만이 아닌 육류·해산물 등을 위주로 하는 샐러드가 많아지면서 재료 그 자체를 보여주기 좋은 샐러드 볼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모양도 원형·사각·타원·별 등으로 다양하다. 아예 배·바나나·나뭇잎 등을 본떠 만든 제품도 있다.

뚜껑 달고 스푼·포크 끼는 디자인도

그릇에도 기능을 살린 디자인이 늘었다. 이 중에서도 이중 냄비처럼 만든 제품이 눈길을 끈다. 바깥 볼에는 얼음을 채우고 안쪽 볼에는 샐러드를 담는 식이다. 샐러드를 먹는 내내 차갑고 신선할 수 있도록 고안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또 뚜껑을 만들어서 먹다 남은 샐러드를 보관할 수 있게 하거나, 볼 양 옆에 서버용 스푼·포크를 낄 수 있게 홈을 만들어 놓은 디자인도 있다. 어떤 제품은 볼과 함께 소스 통까지 만들어 세트로 구성했다. 쇼핑몰 노블기프트 손희정 대표는 “좁은 식탁에서 여럿이 먹으려면 그릇이나 도구를 최대한 적게 내놓는 방법이 필요하다”면서 “샐러드 볼도 번거로운 손님 접대를 해결해주는 조합형 제품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일단 넉넉한 사이즈 고르세요

홍신애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샐러드 볼은 재료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마요네즈를 버무린 과일 샐러드는 스푼으로 떠야 하기 때문에 너무 깊은 볼은 불편할 수 있다. 또 여러 용도로 쓰려면 다소 크다 싶은 사이즈의 볼을 고르는 게 좋다. 샐러드는 볼에 3분의 2가 넘지 않게 담아야 예쁘다. 더욱이 재료가 서너 가지 넘는 샐러드라면 그릇 안에서 잘 섞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색깔은 흰색이 가장 무난하다. 보통 채소나 과일 자체에 화려한 색깔이 많고 여러 가지가 섞이면 자칫 볼과 색깔의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색깔 있는 것을 고르더라도 파스텔 톤이나 채도가 낮고 은은한 색깔을 고르는 게 낫다.



샐러드를 더 맛있게 해주는 도구들

샐러드도 ‘연장’이 좋으면 더 간편하고 맛나게 만들 수 있다.

일단 샐러드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핵심은 채소·과일의 물기를 제대로 빼느냐다. 재료에 물기가 남으면 아삭아삭한 채소의 질감은 사라지고 드레싱은 묽어져 제맛을 내지 못한다. 시간을 두고 말리다 보면 시들기 일쑤다. 이럴 땐 두 가지 도구가 유용하다. 먼저 구멍이 뚫린 예쁜 바구니인 ‘콜랜더’에 넣어 대충의 물기를 뺀 후, 원심력을 이용해 탈수시키는 ‘스피너’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면 된다. 스피너는 손잡이를 돌리거나 줄을 잡아당기면 큰 힘이 들지 않는다.

물기를 뺐다면 다음은 재료 손질 순서다. 보통 양상추·치커리 등은 손으로 찢는 게 좋지만 여러 재료들이 섞여 규격을 통일시키고 싶을 땐 ‘차퍼’가 쓸모 있다. 손잡이를 잡고 볼 안에서 왔다 갔다 움직이면 손쉽다. 준비할 샐러드 양이 많을 때나 빠른 시간에 내놔야 할 때 사용하기에도 간편하다.

샐러드는 별 솜씨가 필요 없을 듯 보이지만 드레싱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다. 이때 ‘셰이커’를 이용하면 올리브 오일·발사믹 식초 같이 잘 섞이지 않는 소스들도 빠르게 혼합할 수 있다. 균일한 맛이 나는 점도 셰이커의 장점이다.

이외에도 식탁에 샐러드 볼을 내놓을 땐 가능한 서버용 스푼·포크가 있으면 좋다. 크기가 커서 채소의 질감을 상하게 하지 않고 완성된 샐러드를 개인 접시에 나눠 주기에 편리하다. 게다가 양손에 하나씩 잡고 드레싱을 버무리면 화려한 손놀림이 보는 이들에게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

각자 알아서 샐러드를 담는 경우라면 ‘서버용 통’도 유용하다. 커다란 가위 모양으로 한쪽에는 포크, 다른 쪽에는 스푼이 달렸다. 일반 집게로는 쉽게 덜 수 없는 빵 크러스트·견과류·옥수수 등도 쉽게 잡히도록 고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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