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삼성·LG와 아이폰식 터치폰 상담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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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애플의 전매특허처럼 돼 있는 멀티터치 기능 휴대전화기를 내년이면 삼성·LG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터치스크린 전문업체 시냅틱스의 톰 티어난(사진) 사장은 18일 서울 대치동 시냅틱스코리아에서 기자와 만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에 혁신적인 정전식 터치스크린 ‘퓨즈’를 소개하려고 방한했다”고 말했다. 정전식은 손가락의 정전기를 감지하는 터치 방식이다.

그는 “한국 휴대전화기 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첨단 단말기를 만드는 데 열성적이며, 퓨즈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퓨즈’는 멀티터치·햅틱·3차원(3D) 그래픽 등을 하나로 묶은 터치스크린이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 크기를 조절하는 멀티터치 기능과 단말기를 기울여 화살표를 조정하는 기능 등을 갖췄다. 화면이 있는 단말기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에 손가락을 대고 화살표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화살표 선택은 단말기를 가볍게 움켜쥐면 된다. 손가락이 화면에 가까워지면 손가락이 닿지 않아도 아이콘이 반응한다.

티어난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WM)은 물론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노키아의 심비안 같은 모바일 운영체제(OS)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 퓨즈를 채용한 다양한 단말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내년부터 사용법이 까다로운 WM 대신 안드로이드에 주력할 방침이다. 터치 방식도 기존의 감압식에서 정전식 중심으로 바꾼다. 눌리는 압력에 반응하는 감압식은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지만, 손가락의 정전기를 감지해 작동하는 정전식의 부드러운 터치감을 구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전식을 채용해도 멀티터치는 애플의 특허권 때문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멀티터치 솔루션을 단말기에 얹을 수 있다면 아이폰 등 경쟁 스마트폰과 겨룰 수 있다. 티어난 사장은 “15년 이상 관련 기술을 개발해 애플 등에 제공해 왔기 때문에 특허 문제는 그다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시냅틱스는 1986년 설립된 휴먼 인터페이스 솔루션 전문업체다. 대표적인 제품이 웬만한 노트북에는 달려 있는 ‘터치패드’다. 티어난 사장은 “노트북용 터치패드 시장의 60%, 휴대전화용 터치스크린 시장의 70%가 우리 제품”이라고 말했다. 일본·스위스 등 8개국에 지사가 있지만 직원은 모두 500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개발 전문업체다. 제품 생산은 한국·대만 등의 협력업체에서 전담한다. 시냅틱스는 올해 한국지사에 디자인센터를 만들었다. 티어난 사장은 “고객사들과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협력이 필요해 10여 명을 선발해 본사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내년엔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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