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민 장미축제 '짜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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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민을 위한 축제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부천시가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시민 축제로 열고 있는 '장미 2000 대축제' 가 무허가 노점상의 난립, 주최측의 준비소홀 등으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9시30분. 축제가 열리고 있는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도당공원 앞.

1백여개의 무허가 노점상이 공원입구 2백여m의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채 밤늦도록 요란한 음악과 조명을 켠채 음식과 술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노점상은 인근 고등학교 정문 앞까지 점거, 소음이 교실까지 들려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마저 크게 해치고 있다.

특히 노점상들이 야시장을 이루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이 주차공간을 찾지못해 애를 먹는가 하면 여기서 들리는 고성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등 불편이 크다.

주민 이방희(45)씨는 "노점상들이 주택가와 대로의 주차공간을 차지해 어려움이 크며 집 앞에서 매일 새벽까지 술판이 벌어져 아이들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불법 노점상들을 즉시 철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과 시청은 아무런 대책없이 수수방관 하고 있다. 공원 안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공원내 일반 주차장은 노점상들의 대형트럭이 하루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축제를 보러 온 시민들은 주차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원내에 바이킹.회전놀이 등 오락시설이 들어서고 곳곳에 노점과 술판이 벌어지면서 편안하게 즐겨야 할 공원이 유원지로 전락한 느낌이다.

부천시가 4만5천본의 장미를 심어 수도권 최대규모라 자랑하는 장미공원도 준비부족과 관리소홀로 불편을 사고 있다.

1개뿐인 공중 화장실은 악취가 풍겨 시민들이 이용을 기피하고 있고 공원안내문은 찾아 볼 수 조차 없다.

시청 인터넷에는 "축제를 중단하라, 밤마다 시끄러워 못살겠다, 시민을 위한 축제인지 시장통인지 모르겠다 " 는 등의 항의문이뜨고 항의전화도 쇄도하고 있다.

주민 윤희복(38)씨는 "장미축제에 장미는 없고 모두가 먹고 노는 것 밖에 없다 "며 "시민 축제가 상업주의에 오염돼 오히려 시민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빠른 시일내 대책을 마련해 불편을 개선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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