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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지구 녹화사업 이끌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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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인류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관한 협상이 진행됐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과학자 집단인 IPCC는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가 개도국에서의 산림개간이나 과도한 벌채 등에 따른 산림파괴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전 지구적으로 산림 황폐화를 막고 다시 나무를 심어 복구하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를 막는 국제적 노력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코펜하겐 협상에서 펀드 지원이나 탄소배출권 부여 등을 통해 개도국의 산림파괴 억제와 녹화활동 촉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5대 쟁점 중의 하나로 다룬 것도 그래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개도국의 산림 황폐화 방지를 핵심적인 기후변화 대응 사업으로 언급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촉구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그 이후 사회혼란기를 겪으면서 지금의 주요 열대 개도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산림이 황폐화됐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치산녹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지금은 당시와 비교해 10배 이상의 산림자원을 갖게 되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레스터 브라운 등은 이러한 성공 사례를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것으로 평가하고 향후 다른 개도국이 따라가야 할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이 전 국토의 치산녹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한 위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13년 만에 원조 공여 선진국 클럽인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됐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뀜으로써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치산녹화 과정에서 유엔개발계획(UNDP) 등 국제기구와 독일 등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런 대한민국이 지금은 몽골·중국 등에서의 사막화 방지 사업, 동남아시아에서의 황폐화 복구사업 등 산림분야에서 다양한 개도국 원조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10월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한국 주도의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창설에 합의한 바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위대한 ‘국토치산녹화’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치산녹화’를 이끌어감으로써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글로벌 리더로서의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더불어 향후 이러한 지구녹화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얻는 경제적 실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를 푸르게 하는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대한민국, 가슴이 뛰지 않는가.

이경학 국립산림과학원 탄소경영연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