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딕슨+존슨, 하승진 혼자로는 어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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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과 킹콩의 대결. KCC 하승진(왼쪽)과 KT 딕슨이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잡으려고 치열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 [전주=뉴시스]

‘골리앗’ 하승진(KCC)과 ‘킹콩 센터’ 나이젤 딕슨(KT)의 대결은 딕슨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전창진 KT 감독 지략의 승리였다. 17일 전주에서 열린 KCC와 KT의 경기는 프로농구 최장신 하승진(2m21㎝)과 최중량 나이젤 딕슨(154㎏)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KT의 짜릿한 역전승. KT는 88-85로 이기고 4연승을 달렸다. 단독 2위 KT는 선두 모비스를 반 경기 차로 추격했다. 전 감독은 하승진과 정면 승부를 하는 대신 딕슨을 뒤로 살짝 빼 두는 변칙으로 나섰다. 반면 허재 KCC 감독은 정공법으로 철저하게 하승진 위주의 공격을 했다.

◆‘딕슨 날개’ 단 KT=KT는 지난 11일 트레이드를 통해 딕슨을 영입, 확실한 우승 후보로 올라섰다는 평을 들었다. KCC로서는 조직력이 좋은 KT에 ‘골밑의 무법자’ 딕슨까지 가세하자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전 감독은 경기 전부터 여유가 넘쳤다. “외국인 선수 제스퍼 존슨(130㎏)과 딕슨(154㎏)에 감독 몸무게(102㎏)까지 합치면 우리가 KBL 역대 최고”라는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전 감독은 ‘딕슨 카드’를 처음부터 꺼내 들지 않았다. 스타팅 리스트에 올라간 외국인 선수는 존슨이었고, 딕슨을 기용했다가도 KCC가 하승진을 내보내면 맞대결을 피해 존슨으로 바꿨다.

이 때문에 딕슨과 하승진이 직접 맞대결을 펼친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승진(19점·10리바운드)은 31분간 뛰었고, 딕슨(10점·4리바운드)은 12분만 소화했다. 전 감독은 “간을 봤다. 그런데 딕슨이 생각보다 잘 하더라”며 다음 맞대결에선 KT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신경전까지 보탰다.


◆마지막 1분에 갈린 승부=KT는 4쿼터 후반까지 KCC에 근소한 차로 뒤지며 끌려갔다. 리바운드에서 26-35로 크게 밀려서다. 하지만 집중력에서 앞선 KT는 높이를 끈끈함으로 극복했다.

전 감독은 “KCC는 우리보다 두 가지 포지션에서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 하승진과 개인기가 현란한 포인트가드 전태풍을 의식한 말이다. 전 감독은 “그런 KCC를 이기려면 우리가 더 많이 뛰어다니면서 변칙을 쓸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승부를 걸었고, 수비를 열심히 하던 포워드들이 결정적인 순간 외곽포를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KT는 종료 1분15초 전 송영진의 3점슛으로 85-83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가 이날의 승부처였다. 송영진은 이날 파울을 4개나 저지르며 하승진을 필사적으로 막았던 주인공이다. KT 포워드들이 공수에서 분전한 반면 KCC는 막판 집중력이 무너졌다.

KCC는 종료 57초 전 아이반 존슨의 실책으로 KT에 공격권을 넘겨줬고, 85-86으로 뒤진 종료 15초 전 마지막 공격도 실패했다. 결정적인 공격 리바운드도 KT 가드 최민규에게 내주면서 패했다.

한편 창원에서는 홈팀 LG가 SK를 86-84로 이겼다. 성적 부진으로 김진 감독이 사퇴한 SK는 5연패에 빠졌다.  

전주=이은경 기자

◆전적(17일)

▶전주
KCC(16승10패) 85-88 KT(18승8패)

▶창원
LG(15승11패) 86-84 SK(8승18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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