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북한어린이 급식운동 펼치는 법륜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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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떤 커다란 실천도 자그마한 깨달음에 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 나진.선봉지역의 어린이 1만1천여명에게 무료급식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JTS(Join Together Society.함께하는 사회)이사장 법륜(法輪.47)스님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는 1993년 자신이 창설한 국제봉사모임인 이 단체를 통해 3년째 옥수수.설탕.분유 등을 북한에 보내고 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을 때만해도 이적행위로 몰렸을 법한 그의 운동에는 현재 남북관계의 훈풍을 타고 1백18개 단체와 4천여명의 '개미군단' 이 후원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공로가 인정돼 그는 5일 만해(卍海)상 수상자중 한명으로 뽑혔다.

이제는 어엿한 국제적 봉사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의 북한 결식아동 돕기는 96년 여름 압록강변의 나룻배 위에서 시작됐다.

"중국의 불교유적지를 답사하다 압록강을 지나가게 됐습니다. 선상(船上)에서 강 건너편의 피골이 상접한 북한 어린이들을 우연히 목격하고 도우려다 제지당했죠. 간절히 도움을 원하는 어린 눈망울에서 이데올로기나 국가, 국경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절감했습니다"

그는 귀국후 본격적으로 이들의 참혹한 모습을 각계에 알리기 시작했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 JTS를 통해 우회적으로 북측에 식량지원 의사를 타진했다. 국내에 적(籍)을 두곤 북한에 둥지를 내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97년 11월 나진.선봉 행정경제위원회는 미국 JTS에 현지 사무소 및 영양식을 만들 공장 운영을 허가했다. 지원사업이 바야흐로 본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사업 1년만인 98년 10월 미국 JTS관계자가 현지를 방문해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더니 체중이 이전보다 15~30% 정도 늘었더군요. 다만 지원의 결과가 후원자들에게 직접 '피드 백' 되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폐쇄적인 북한 사정 탓에 도움받은 어린이들의 사진이나 비디오를 촬영할 수 없어 여기에 실망한 후원자들이 후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무엇보다 민간교류가 활성화 돼 북한 어린이들의 '메아리' 를 후원자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글〓강민석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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