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조 교수 당산나무 앵글담기 1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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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당산나무는 마을을 수호하는 정신적인 신목(神木)이었습니다. 개발에 밀려 당산나무가 잘려나가고 당산나무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단결 의식도 점차 희박해져 안타깝습니다."

1985년부터 15년 동안 백제문화권에 있는 당산나무의 의연한 모습을 흑백사진에 담아 전시회를 갖는 광주대 오상조(吳相祚.48.사진학과.사진)교수.

전시회는 5~11일 광주신세계백화점 갤러리에서 '동구밖 당산나무' 란 주제로 열린다.

당산나무와 이를 중심으로 당산제(堂山祭)를 지내는 마을 사람 등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한 40점을 선보인다.

吳교수도 전북 장수가 고향이어서 동네 어귀에 우뚝선 당산나무를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마을의 신앙적 핵심이자 마을 역사의 상징인 당산나무가 시골까지 파고드는 개발 바람과 아파트 문화에 밀려 하나 둘씩 사라져가자 기록에 나섰다.

당산나무를 찍기 위해 10㎏이나 되는 대형 장비(원판 사진기)를 메고 호남.충청지방의 마을들을 헤집고 다녔다.

그가 찍은 당산나무 중에는 이미 도로 개설.정비 등으로 인해 잘려나가 흔적조차 없는 것도 많다.

당산나무와 주변 풍경을 잃은 마을에서 옛 모습을 복원하겠노라며 옛 사진을 요청해오기도 한다.

"당산나무는 한낱 수목에 불과하지만 종교적 차원을 너머 마을 공동체 문화 형성과 주민 단결의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吳교수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 한 마을의 신화적 내력을 지닌 채 끈질긴 생명력으로 수백년을 살아온 당산나무의 면면과 주변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 말했다.

전시장에 다 걸지 못하는 작품들까지 모아 사진집( '동구밖 당산나무' .눈빛刊)도 냈다.

062-670-2338.

광주〓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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