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에 총장 출마 기회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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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10일 오후 경북대 정보전산원 세미나실. 교수 695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9년 교수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회의는 총장의 축사와 업무·회계·감사 보고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총장임용추천위원회 규정과 총장후보자선출 규정 개정안이 상정됐다. 두 규정은 이의 없이 박수로 통과됐다.

개정된 총장임용추천위 규정에는 총장직을 외부에 개방하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제9조(총장 후보자의 자격)에는 ‘학외의 경우 본교 전임교원 50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자’가 추가됐다. 이는 경북대가 직선제를 도입한 1990년 이후 19년 만이다. 개정 규정안은 대학본부의 심의를 거쳐 다음달 공포된다.

이 작업은 경북대 교수회 김석진(55·경영학부 교수·사진) 의장이 주도했다. 그는 “학교 발전의 터를 다지려면 유능한 사람을 총장으로 뽑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외부 인사도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 가운데 총장직을 개방한 곳은 많지 않다.

“경제계나 국제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륜을 쌓은 이가 많다. 역량이 있는 사람이 총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자는 것이다. 그래야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할 수 있다.”

-총장임용추천위의 권한을 크게 강화했다.

“선거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과열·불법을 막고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후보자의 논문 표절, 실정법 위반 여부와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후보자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할 수 있다는 규정도 만들었다.”

-규정을 바꾼 동기는.

“대학은 좁은 사회다. 혼탁 양상을 보고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가 동료 교수들에게 식사와 술을 대접하는 사례가 있었다. (다른 대학이지만) 선거비용을 10억원 넘게 쓴 사람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유능’한 사람을 ‘공정’하게 선발할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수회 의장이 되면서 이를 실행한 것이다.”

-공명선거에 도움이 되겠나.

“총장 선거가 내년 6월이다. 예전과 달리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규정이 엄격해진 것만으로도 ‘경고’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공영제나 위원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선거 풍토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개정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의장이 총장에 출마하려 한다’ ‘현 총장을 밀고 있다’는 등 말이 많았다. 일부 교수들에게는 ‘본교 총장으로 중임이 되는 자와 등록일 현재 본교의 보직자는 후보로 등록할 수 없다’는 개정 조항을 보여 주기도 했다. 오해를 푸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경북 성주 출신인 김 의장은 부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조지아대에서 박사학위(금융학)를 받았다. 산업은행·한국산업증권 등 금융권에서 근무하다 95년 경북대 교수로 임용됐다.


홍권삼 기자

◆교수회=경북대 학칙에 규정된 기구로 전임교원 1116명이 회원이다. 학칙·규정의 제정과 개정, 예산과 결산 심사, 학내 주요 정책을 심의한다. 집행부(총장)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의장은 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며 임기는 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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