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구릉포 오징어 처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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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1억원이나 들인 시설을 놀리다니 말이 됩니까. "

지난해 2월 완공된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오징어처리장(공동작업장 및 폐수처리장)이 아직까지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 시설은 오징어를 말리기 위해 오징어 배를 갈라 씻을 때 나오는 먹물 등 폐수를 정화처리해 바다로 내보내기 위한 것.

포항시가 국비 3억2천만원, 도비 1억6천만원, 시비 6억6천만원 등 11억4천만원을 투입, 폐수처리장(1천2백31㎡)과 작업장(3백20㎡)등을 지어 영일수협에 운영을 맡긴 것이다.

처리능력은 하루 5백t. 그러나 시설이 미흡한 데다 운영비가 없어 완공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가동되지 않고 있다.

영일수협은 참다 못해 완공 2개월 만에 작업장 지붕설치, 지하수개발 및 공급시설, 처리장의 비상발전기 등이 필요하다며 11억5천만원을 포항시에 추가 요청했다.

작업장 수조는 40개만 설치돼 구룡포 오징어 건조업자 98명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데다 지붕이 없어 비가 오거나 햇볕이 강하면 작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오징어를 씻을 물도 끌어들이기 어려운 상태. 11억원을 들이고도 완벽한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처음부터 이용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포항시는 그러나 "11억원 중 3억3천만원을 지원키로 하고 지난해 추경예산을 편성했지만 의회가 삭감했다" 는 이유로 예산을 지원하지 않은 채 수협에 조기가동을 요구해왔다.

운영비 확보도 문제. 영일수협은 "오징어 건조업자들의 이용료로 운영비를 마련해서는 적자가 날 게 뻔하다" 며 차라리 시가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시는 운영비와 관련해서도 "보조사업이어서 수협이 운영비를 책임지는 게 순리" 라고 맞서왔다.

수협측은 최근 지역여론이 처리장을 가동조차 않는 것을 문제삼자 지난달 22일 포항시에 부랴부랴 시험가동을 신고했다.

50일간 시험가동을 거쳐 정상 가동한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운영비.시설추가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정상가동은 불투명한 상태다.

어민들은 그동안 개별장소에서 오징어 배 가르기와 세척작업을 해왔다.

하루 수백t씩 오징어가 만들어내는 폐수가 바다로 흘러든 셈이다. 어민들은 오징어 폐기물 등을 불법투기하다 적발돼 경찰에 고발되는 등 악순환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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