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중국 중관춘 왜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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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김정일 총비서가 극비리에 중국의 중관춘을 찾은 것은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T)산업의 수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중국측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北京) 서부 외곽에 있는 중관춘은 '중국의 실리콘밸리' 로 불린다.

고급인력과 첨단 벤처기업이 결합돼 중국의 IT분야를 이끌고 있는 점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관춘 주변에는 최고의 명문대학인 베이징대.칭화대.중국과기대 등 60여개의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중국 최대의 PC제조업체인 롄샹(聯想)을 비롯해 6천6백여개의 IT관련 업체가 들어서 있다.

IT기업과 수십여개의 대형 전자상가가 모여 있는 이곳은 한국의 용산전자상가와 테헤란밸리가 합쳐진 형태다.

지금은 중국 정보화의 상징이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황량한 도시 변두리에 불과했다. 중관춘이 중국 IT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 때는 1988년.

당시 중국 정부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횃불계획' 이라는 장기전략을 세우고 중관춘을 제1호 첨단기술개발구로 지정했다.

중관춘에 입주한 기업에 대한 소득세.영업세.관세 등의 세제혜택 및 통신비 감액, 수출권 부여 등 우대정책과 10년 동안에 걸친 꾸준한 개발 결과 89년 17억8천만위안에 불과하던 이 지역의 총매출이 지난해엔 8백64억위안(약 12조1천억원)으로 늘었다.

10년 사이에 48배나 뛰어오른 것이다. 올해는 매출액이 1천1백억위안(약 15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金총비서가 이곳을 찾은 이유도 바로 10여년 만에 세계 IT산업의 '샛별' 로 떠오른 비결을 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컴퓨터를 안 하면 무지몽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며 컴퓨터산업에 주력할 것을 지시했으며 최근엔 인터넷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金총비서가 하루 두시간 넘게 웹서핑을 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개발을 지시했다" 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북한의 IT수준은 대단히 낙후한 편이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만큼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게 IT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이 북한과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북한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꽤 높은 수준에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정창현.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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