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 노동연구원장 사퇴 … 파업 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지난 1일부터 직장폐쇄에 들어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박기성 원장이 사퇴했다. 노조 측은 이날 파업을 철회하고 조만간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박 원장이 10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4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박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건강상의 사유’를 사표 제출 이유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실제는 박 원장이 단체협약을 개정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 노조와 타협할 생각도 없었다”며 “이런 가운데 노사 간 파국이 계속되면서 연구원 기능이 크게 저해받자 노조와의 협상보다는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했다. 취임 이후 연봉제 도입과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해 문제를 놓고 노조와 대립했으며, 올해 2월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당시 박 원장은 “한국노동연구원은 몇 해 전 연봉제를 도입한 것으로 국무총리실에 보고하고 포상까지 받았으나 실제는 예전의 호봉제를 그대로 적용하면서 총리실에 허위 보고했다”고 말했었다.

노조는 단체협약 해지에 맞서 9월 21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박 원장은 직장폐쇄로 노조의 연구원 출입을 봉쇄했다. 국책연구기관의 직장폐쇄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처음이었다.

박 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공모를 통해 3명을 추천받고, 이 중 1명을 선발한다. 새 원장은 이달 중 선임될 전망이다. 임기는 3년이다. 노조는 이날 긴급 임시총회를 열어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파업 85일 만이다. 노조는 새 원장이 선임되면 단체협약 개정 등 중단됐던 연구원 측과의 교섭을 재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사가 각각 제기한 고소·고발건과 단체협약 해지에 따른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을 두고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따라서 박 원장의 사퇴로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지만 연구원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