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풋백 옵션’ 한 달 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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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우건설에 대한 풋백 옵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권리행사를 한 달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매각 작업도 탄력이 붙게 됐다. 지금까지는 두 곳의 우선협상대상자 중 자베즈파트너스가 앞서가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호그룹 관계자는 “협상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옵션 행사를 연기해 달라고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요청했다”며 “대부분이 구두로 취지에 동의했고 조만간 서면동의서를 낼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옵션을 가진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대금 지급일(6월)은 변동이 없기 때문에 경제적 손익에는 큰 영향이 없다”며 “일부가 최종 결정에 주저하고 있지만 통일된 목소리를 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원을 받는 대신 올해 말까지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약속(풋백 옵션)했다. 원래 옵션 행사일은 이달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인데, 금호 측은 다음 달 15일 하루에 옵션 행사를 해줄 것을 투자자들에게 요청했다.

그동안 은행계 투자자들은 금호의 요청에 긍정적이었으나, 미래에셋·KTB·칸서스 등이 관여하는 PEF는 담보 제공을 요구하며 결정을 미뤄왔다. 금호는 대우건설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요구를 거절했으나, 주식 매도 청구권은 인정해 주기로 했다. 대우건설이 팔리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돈을 먼저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금호 관계자는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중 미리 한 곳으로 압축해 협상을 진행할지, 일괄적으로 본계약 때 매각 대상자를 결정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자베즈파트너스의 최원규 대표는 “연말까지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 입장은 모두 전달했고 금호의 선택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영훈·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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