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색시 우승 "신랑 외조 덕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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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희원이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시즌 첫 승을 거둔 한희원은 우승상금 18만달러를 받아 상금랭킹 13위로 올라섰다.[포틀랜드 AP=연합]

▶ 한희원(左)이 지난 7월 에비앙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남편 손혁의 도움을 받으며 훈련하고 있다.[중앙포토]

한희원(26.휠라코리아)이 연장전에서 활짝 웃었다. 지난달 웬디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카트리오나 매튜(영국)에게 졌던 아픔을 딛고 이끌어낸 시즌 첫 승이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결혼한 주부 선수로서 우승을 차지, 기쁨이 더 크다. 올 시즌 한국 여자 골퍼들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준우승 징크스도 깨끗이 씻었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엣지워터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 최종 3라운드. 공동 6위로 라운드를 시작한 한희원은 17번 홀까지 로리 케인(캐나다.합계 9언더파)에게 1타 뒤졌으나 18번 홀에서 1.6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극적으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첫 홀. 한희원은 세컨드 샷을 위해 다시 6번 아이언을 빼들었다. 바로 직전에 재미를 봤던 바로 그 클럽이었다. 이번엔 홀 1.5m거리에 공이 떨어졌다. 그리고 케인이 파세이브하는 것을 지켜본 뒤 여유있게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켰다. 우승상금은 18만달러(약 2억원). 소속사인 휠라코리아는 9만달러의 우승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결혼한 뒤 첫 우승을 거둬 너무 기쁘다.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연장 첫째 홀 경기는 정규 18번 홀 경기 때와 상황이 똑같았다."

한희원이 우승한 것은 지난해 8월 웬디스 챔피언십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통산 3승째를 거두는 순간엔 프로야구 투수 출신인 남편 손혁(31)도 함께했다.

지난 7월 초까지 한희원의 성적은 보잘것없었다. 중하위권에 머물기 다반사였고, 10위권 이내에 든 것은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 "결혼 이후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한희원은 지난 4월 프로야구 두산에서 은퇴한 남편이 7월 중순 합류한 뒤 안정을 되찾았다. 성적이 급상승세를 탔다. 에비앙 마스터스 공동 6위, 웬디스 챔피언십 2위에 이어 8월 31일 끝난 와코비아 챔피언십에선 공동 3위에 올랐다. 그리고 드디어 우승까지 거머쥔 것이다. 손혁의 그림자 외조가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겨울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즌 초반 성적이 나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한희원은 "오빠와 함께 있으니까 무척 편하다. 지금은 투어에 전념하고 출산은 2~3년 뒤에나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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