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싸졌어요] 감숭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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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감숭어가 제철을 맞아 물량이 넘치면서 값이 큰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최근 연일 감숭어 출하량이 늘어 하루 평균 9천6백㎏이 경매되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양이다.

지난해 이맘때엔 하루 평균 거래량이 6천5백㎏이었던 것에 비하면 32% 가량 늘어난 물량이다.

때문에 1㎏ 상품(上品)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7천원)과 비교해 42% 가량 내린 4천원 정도에 경락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평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1㎏에 6천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 다소 비싼 9천~1만1천원에 거래된다.

하지만 광어 상품 1㎏의 최근 경락시세가 3만원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편이다. 싼값에 마음껏 회를 먹고 싶다면 감숭어가 제격이다.

감숭어의 친형제격인 참숭어도 한창이다. 출하량은 감숭어의 약 10% 선이며 가격은 두배 수준이다.

참숭어가 생산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맛은 오히려 감숭어가 좋다. 참숭어는 양식이 가능해 자연산인 감숭어보다 상품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흙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감숭어는 참숭어보다 눈이 크고 주둥이가 뾰죽하다. 참숭어가 붉은 빛이 도는 반면 감숭어는 흰색을 띤다. 회를 쳤을 때 감숭어는 붉은 속살이, 참숭어는 흰속살이 드러난다.

횟감용 숭어의 가격이 저렴한데도 식도락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은 값싼 생선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간혹 서해북부 연안 등 오염지역에서 잡히는 숭어에서 흙이나 기름 냄새가 나 횟감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서해안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숭어를 차례상에 올릴 정도로 귀한 생선으로 대우하고 있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 요리사 진명학씨는 "지금은 숭어가 알을 낳기 위해 민물로 올라오는 때여서 몸에 영양가를 가득 안고 있다" 며 "그냥 회로 먹기도 나쁘진 않지만 살이 미끄럽고 단단한 편이어서 회덮밥용으로 더욱 적당하다" 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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