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李재경에 경제혼선 맹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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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이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을 몰아세웠다. 2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재경 당정회의에서다.

제2경제위기설 확산과 증시 하락 등 불안감이 고조되는 금융시장의 안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자리였지만, 2시간여 계속된 회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李의장은 작심한 듯 맞은편에 앉은 李장관과 재경부 간부들의 안이한 자세와 보신주의를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은 정책당국에 대한 시장의 불신 때문" 이라며 "나도 헷갈리고 못 믿겠는데 시장이 정부정책을 믿고 따르겠느냐" 고 직선적으로 공격했다.

李의장은 특히 "여러분은 '실패한 관료들' 인데도 아직도 국민과 국회를 대하는 게 과거 권위주의적 사고가 그대로 남아 있다" 면서 "여러분이 아직도 우수한 관료라는 생각을 버리라" 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총선 후 첫 당정회의인데도 자료를 하루 전에야 팩스로 보냈다" 는 점도 지적했다.

회의 도중 李의장의 고성이 간간이 밖으로 새나올 정도였다.

공적자금 추가 조성 문제에 신중해줄 것도 주문했다. 李의장은 또 "은행합병 문제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거나 욕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 시장만 더 불안해진다" 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李의장은 "내가 정책위의장으로 있는 한 당을 단순한 통과기관으로 보면 큰일 날 것" 이라고 엄포를 놨다.

李장관은 "죄송하다" 면서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부득이한 측면도 있으니 이해해달라" 고 양해를 구했다.

李의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요즘 대통령이 李의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李의장을 통해 하는 듯하다" 고 전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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