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이 책과 주말을!] "진리는 네 안에… " 성철스님의 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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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기를 속이지 말라
정찬주 지음, 열림원, 265쪽, 9800원

"자기를 쏙이지 말그래이."

성철(性徹, 1912~1993) 스님이 강한 경상도 산청 사투리로 곧잘 후학들을 깨우치던 말씀이다. 그는 80년대 초 조계종 7대 종정 취임 뒤 한 TV 인터뷰에서도 대뜸 "내 말에 속지 마라, 그 말이여!"라고 토해냈다니, 어진 말씀 한마디를 기대했던 이들은 몹시 당황했다고 한다.

불기자심(不欺自心). 자기를 속이지 말라. 이는 평생의 염원이었는데,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고 읊은 스님의 열반송에도 그 뜻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성철에게서 자꾸 무엇을 얻으려고 드는데 실은 자기 속의 부처를 개발하지 않고 큰스님만 쳐다보는 꼴. 결국 내가 중생을 속였구나, 하는 만년 성철 스님의 회한이 담긴 노래라고 해석된다. 밖에서 진리를 찾지 말고 자기 자신을 바로 바라보라는 당부다.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산은 산 물은 물'(민음사)을 펴냈던 소설가 정찬주씨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산뜻한 산문집 한 권을 엮었다. 성철 스님의 핵심적인 가르침 하나를 제목으로 한 이 책은 성철이 수행했던 전국의 산방을 찾아다니며 그의 일화를 소개한 책이다. 성철 스님이 출가의 첫밤을 보낸 경남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서부터 29세에 진리에 눈을 뜬 오도(悟道)의 장소인 대구 동화사 금당선원 등으로 스님의 삶을 연대순으로 따라간다.

사진작가 유동영씨의 렌즈에 담긴 선방들의 고즈넉한 자림새가 책의 멋을 더한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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