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안팎 은행주 23일 대거 상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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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은행.증권 등 금융주들이 23일 모처럼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가 전날 지주회사를 만들어 정부가 출자한 은행들을 합병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이날의 금융주 반등에 대해 "상승기조를 잡아가는 과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며 "그러나 금융업지수 등을 감안할 때 주가는 바닥권일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장 초반부터 정부가 출자한 은행주들이 강한 상승세를 탔으며 하루 내내 강한 모습을 이어갔다.

조흥.한빛.외환은행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것을 비롯해 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 등 대부분 은행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나(+4백50원).한미(+1백90원).주택은행(+6백원)등 비교적 부실이 적고 주가가 높은 종목들의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또 은행주 가운데 신한은행(-60원)만이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주들도 은행주보다 상승폭은 작았지만 상한가를 기록한 굿모닝증권을 포함한 거의 전종목이 올랐다.

은행주들이 강한 상승세를 보인 것은 정부가 ▶지주회사를 세워 정부출자은행들을 통합하고▶한빛.조흥 등은 감자 가능성이 작고 추가로 공적자금을 넣을 경우 부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LG투자증권 기업분석팀의 이준재 과장은 "1천원 안팎의 은행주식들이 대거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기조 자체가 상승세로 전환된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 고 분석했다.

李과장은 "조흥.한빛.외환 등 정부출자은행들이 은행주 상승을 견인했는데 실적 등을 감안하면 최근 은행 주가수준은 추가부실에 대한 위험까지 감안하더라도 낮은 상태" 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현재 은행업종 지수는 79.58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98년 9월 25일 62.15)보다 불과 1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대신경제연구소 한정태 선임연구위원도 "은행들은 이미 11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 올해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고 정부가 추가로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은행주는 추가상승 여력이 있다" 고 밝혔다.

신영투신의 지영걸 팀장은 "최근 주식시장 침체의 원인이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고 금융주 폭락이 하락세를 선도한 점을 감안하면 금융주의 상승이 시장 전체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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