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수영] 장희진 시드니행 출전권 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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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학교수업에 빠지지 않기 위해 태릉선수촌 훈련에 불참하려던 수영 여중생 국가대표선수 장희진(14.서일중 2)이 시드니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해 국내 체육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대한수영연맹은 지난 9일 태릉선수촌을 떠난 뒤 훈련에 복귀하지 않는 장희진을 '대표팀 무단 이탈' 로 규정, 올림픽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앞으로 1년간 대표팀 및 상비군 선발에서 제외시키로 23일 결정했다.

장희진은 다음달 기말고사전까지 오후에만 선수촌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대표팀과 연맹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태릉선수촌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정일청 수영연맹 총무이사는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유학생들도 귀국해 태릉에서 훈련중" 이라며 "특정선수에 대한 배려는 대표팀 전체 사기와 직결돼 허용할 수 없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희진의 어머니인 김주연(37)씨는 "입촌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당분간 오후훈련에만 참가하다 7월초 학기말고사가 끝나면 합숙훈련에 합류할 것을 약속했다" 며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려는 어린 선수를 배려하지 않는 체육계가 야속하다" 고 말했다.

김씨는 "오전6시부터 1시간30분동안 오전훈련을 마치고 오후4시30분까지 선수촌에 복귀하려면 학교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 배려해주도록 요청했었다" 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시절 미국에서 유학한 장희진은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 자유형 1백m에서 은메달을 딴 뒤 동아대회 자유형 50m에서는 26초39의 한국신기록을 세운 여자수영의 기대주다.

168㎝.55㎏의 체격과 타고난 자질에다 학업성적도 뛰어나 수영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장희진 문제는 국내 엘리트체육의 상징인 태릉선수촌 존폐론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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