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실은 화물기 첫 억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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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미사일 등 북한제 무기를 적재한 일류신(IL)-76 수송기가 11일 급유를 위해 태국 방콕 교외 돈므앙 공항에 착륙했다가 태국 당국에 억류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외신들이 13일 보도했다.

이 수송기는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최종 행선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무기를 실은 항공기가 억류된 것은 처음이다.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와 몬톤 숫추꼰 공군 부대변인의 말을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수송기는 그루지야 국적으로 11일 오후 3시 억류됐다.

태국 당국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874호 결의를 위반한 것인지를 조사 중이다. 태국 당국은 이 같은 정보를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파니탄 와타나야콘 태국 정부 대변인은 “문제의 수송기 조종사가 재급유를 위해 돈므앙 공항 착륙을 요청했다”며 “당국이 수송기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무기가 발견돼 수송기와 조종사 등을 억류하고 무기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태국 당국이 이 수송기를 조사한 것은 북한제 무기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나 항공기에 대한 검색을 유엔 회원국의 의무로 규정한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른 것이다.

수송기에는 대공미사일 20여 기와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 대전차로켓포(RPG-7) 48기와 탄약 등 35t 정도의 무기가 적재돼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종사 등 승무원 5명 가운데 4명은 카자흐스탄, 1명은 벨로루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 수송기는 방콕에서 급유한 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로 갈 예정이었으나 그 이후의 최종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방콕 포스트는 보안 당국의 말을 인용해 “무기 행선지는 스리랑카나 중동국가였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반면 태국의 일간 지 네이션은 우크라이나가 최종 목적지였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8~10일)으로 북·미 대화가 이뤄진 직후 사건이 발생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투 트랙 접근법’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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