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방송사 국어순화 뒷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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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방송사마다 봄철 개편으로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 신문의 프로그램 안내를 보니 아침 6시30분부터 시작되는 '피자의 아침' 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나는 '무슨 요리 프로그램인가' 하면서 TV를 켰다. 하지만 피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뉴스와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다.

알고보니 '피자' 라는 말은 방송인들 사이에서 'PD와 기자' 를 가리켜 말하는 일종의 은어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알 길이 없는 일반인들로서는 '피자' 라는 용어는 먹는 피자로밖에 이해가 안됐을 것이다.

방송이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닐텐데, 이같은 제목을 달았다는 것은 시청자나 일반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하면 나만의 지나친 생각일까. 특히 공영성을 표방해야 할 방송사가 이런 이상한 신조어를 사용하고 유포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여겨진다.

한편에선 국어순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을 달아 방송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언어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방송사 스스로가 우리말의 순화를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도 더욱 신경써주었으면 한다.

박지영 <서울대 어학연구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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