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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가 비인기 종목이라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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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역도가 비인기 종목이라고 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인기 종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비인기 종목 리스트에서는 빼야 하지 않을까?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에서 ‘2009세계역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린 세계역도대회였다. 85개국에서 810명의 선수와 임원진이 참가했으니 만만한 행사가 아니었다. 대회 준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미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대회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경험도 쌓았고, 자원봉사자 모집에 두 배가 넘는 시민이 자원할 정도였으니까.

문제는 관중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손님을 모셨는데 경기장이 썰렁하면 큰 망신이 아닌가? 그러나 역도는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인 데다 경기가 평일에도 열려 애초 관중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경기를 시작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열흘 동안 4만여 명이나 되는 사람이 경기장을 찾았다. 웬만한 인기 실내 스포츠 경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장미란 선수가 출전했던 날엔 너무 많은 관중이 몰려와 불가피하게 경기장 진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역도는 결코 비인기 종목이 아니라 인기 만점의 스포츠였다.

장미란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없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은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역도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경기인 것이다. 경기를 보고 난 사람들의 반응이 그랬다. 우선 바벨의 무게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187㎏, 247㎏…. 보통 사람 몇 명이 함께 들어도 들기 쉽지 않은 무게다. 경기는 박진감이 넘치고 긴장감이 흐른다. 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경기 시간은 1분, 바벨을 들어올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의 순간이다. 그 몇 초에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선수가 숨을 멈추는 순간 관중도 함께 숨죽이고 긴장은 고조된다. 짧은 기합소리와 함께 바벨이 들리고 연이어 터져 나오는 함성과 탄식…. 작전도 수시로 바뀐다. 앞 선수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바벨 무게가 달라지고 출전 선수도 바뀐다. 관중은 수시로 변하는 전광판을 보면서 마치 가상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지루할 틈이 없다. 선수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무게를 들어올릴 때에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비인기 종목이 결코 재미없는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을 것이다.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몰랐던 것이다. 역도뿐일까?

지난해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핸드볼이라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영화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고 400만 명이라는 많은 관객을 모아 또 한번 화제가 되었다.

모든 스포츠에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들이 분명 있다.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고 관심이 없기 때문에 비인기 종목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작은 관심이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비인기 종목도 얼마든지 인기 종목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강현석 고양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