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오바마 노벨상에 시큰둥한 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2개월 전 오바마의 노벨상 첫 소식엔 “뚜렷한 업적이 없는데…”란 당혹감이 있었다. 노벨상을 받는 지금 시점에선 아프가니스탄 미군 증파에 대한 논란이 추가됐다. 주목할 점은 오바마의 외교정책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대론이 크게 늘었다는 대목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의 지난주 조사에선 ‘미국이 자기 방식으로 국제 문제를 다뤄야지 다른 나라 동의 여부를 걱정할 게 아니다’는 일방주의 외교 지지가 44%로 나타났다. 1964년 조사가 시작된 뒤 가장 높은 수치다. 상대방을 존중하겠다는 다자주의 외교 비전으로 노벨상을 받은 오바마에겐 당황스러운 일이다.

오바마는 대학 졸업 후 시카고 남부 흑인 밀집지역에서 공동체 조직운동가로 활동했다. 나 혼자선 할 수 없지만 우리란 공동체는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공동체 운동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바꿀 수 있다’(We can change)는 그의 선거 구호가 여기서 나왔다. 모두 힘을 보태면 바꿀 수 있고, 커진 공동체 이익은 함께 나누자는 뜻이다. 오바마는 외교 역시 이런 식으로 접근했다.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와 반대로 갔다. 세계는 국가들의 공동체고 미국은 세계의 일원이다. 먼저 손을 내밀었다. 러시아를 의식해 체코와 폴란드의 미사일 방어((MD) 계획을 내던졌고,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는 방식으로 중국을 신경 썼다. 쿠바에 대한 관광 규제를 완화하고 이스라엘엔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 주택 건설을 동결하라고 요구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그의 인기는 치솟았다.

미국 내 보수 쪽은 적과 동맹의 구분 없는 접근에 불만을 터뜨린다. 바뀐 미국에 힘을 보태는 파트너가 없다고 비판한다. 이란 핵, 아프간, 금융위기 극복 등 글로벌 이슈에 중국이나 러시아, 독일과 프랑스가 미적댄다는 것이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카터가 부드러워지자 세계는 거칠어졌다. 침략자, 반미주의자, 독재자들이 미국의 약점을 보자마자 공격적으로 나왔다. 지금은 카터 정부와 닮았다”고 쏘아붙였다. 시큰둥한 노벨상 분위기엔 이런 목소리도 담겨 있다. 미 언론은 연일 이런 논란을 다룬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자. 미국 입장에서 중요한 건 세계가 미국을 좋아하고 존경하도록 만드는 것일 게다. 부시의 일방주의는 이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오바마는 “노벨상이 위상을 높여 활력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노벨 평화상이 ‘공동체 세상’에 힘을 보태고 핵무기 없는 세계와 지구온난화 해결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올해 미국은 경기 부양, 건강보험과 금융 개혁, 아프간 문제로 사사건건 다퉜다. 미국인 4명 중 3명이 정치적 양극화를 우려한다. 격한 당파성보단 통합이 미국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최상연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