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 납치 '감금매춘'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부녀자를 납치하거나 매매해 노예처럼 감금해두고 윤락을 강요하는 반인륜적 행위가 만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운전사 李모(46.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씨는 지난해 5월 서울역 택시정류장에서 가출해 상경한 鄭모(16)양을 강제로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윤락가 속칭 '미아리 텍사스' 에 1백50만원을 받고 넘겼다.

李씨는 이후에도 세 차례나 탈출한 鄭양을 찾아내 경기도 파주의 용주골, 광명시의 룸살롱 등에 수백만원을 받고 팔아넘겼다가 지난 3일 구속됐다.

李모(21)씨는 러시아 여성 5명을 관광비자로 입국시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연립주택의 7평짜리 단칸방에 감금한 뒤 단란주점에 취직시켜 6천1백만원 상당의 화대를 가로챘다.

李씨는 러시아로 돌아갈 때 월수입으로 70만원씩 계산해 주겠다고 속였고 외출하지 못하도록 열쇠로 방문을 잠갔다.

金모(38)씨 등 2명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무허가 술집을 운영하면서 음란비디오물 '빨간 마후라' 에 여주인공으로 등장했던 崔모(17)양 등 미성년자 2명을 고용해 "나이가 어려 위험하다" 며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뒤 윤락을 강요해왔다.

직업소개업자 柳모(47)씨는 임신 8개월의 金모(20)양이 취직을 의뢰하자 임신중절을 시켜 티켓 다방에 팔아넘겼다.

朴모(43)씨는 1995년 초부터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촌에 윤락녀 6명을 고용해놓고 살빼는 약을 강제로 복용케 하고 약값조로 빚을 씌워 감금한 채 윤락을 강요, 화대 1억원을 가로챘다.

서울 경찰청은 지난달 17일부터 1개월 동안 부녀자를 납치.매매하거나 윤락을 강요한 업주 등 '감금 매춘' 사범 3백78명을 적발해 1백64명을 부녀자매매.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2백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단속 결과를 유형별로 보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윤락가에 팔아넘긴 악덕 직업소개업자가 1백83명(48%)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당하게 빚을 씌우고 감금.폭행해온 악덕 윤락업주 1백24명(33%)이 뒤를 이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