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공천축제' 즐거운 정치실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5일 오후 8시, 서울 쌍문 전철역 부근 도봉구민회관.

민주당 도봉을구 지구당이 도봉4선거구를 대표하는 서울시 의원 보궐선거(6월 8일)에 내보낼 후보를 뽑는 자리다.

유권자는 방학1.2동, 도봉1.2동에 사는 민주당원, 출마자는 3명. 네곳의 투표소엔 가게문을 닫고 온 자영업자, 가족들 저녁상을 차려주고 서둘러 달려온 주부들이 대부분이었다.

3명의 후보는 투표 직전까지 지역발전을 내세우며 한표를 부탁했다.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선거기탁금(3백만원)을 받았고 병력.재산 등 검증자료도 당원들에게 돌렸다.

전체 당원 1만2천명 중 2천명 정도만 참여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당원들은 50m 이상 줄을 서서 한표를 찍었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즐거움은 10년 평당원 생활 중 처음" 이라고 50대 초반의 한 당원은 자부심을 표시했다. 투표는 미국식 예비선거(primary)방식으로 진행됐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가수 김수희.송대관씨가 '애모' '네박자' 를 열창했다. 축제 분위기였다.

지구당 위원장인 설훈(薛勳)의원은 "평당원들이 직접 참여해 공직자 후보를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험현장" 이라고 자평했다. 이웃의 김근태(도봉갑)의원 등이 행사내용을 꼼꼼히 벤치마킹하는 모습도 보였다.

16일 오전 1시. 1천8백21표 중 9백30표를 얻은 김동욱(33.전 지구당 조직부장)당선자가 설훈 의원, 다른 두 출마자와 함께 손을 맞잡고 높이 들었다.

낙선자들은 "金당선자의 본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고 했고, 金당선자는 "평당원에 의해 직접 공천된 최초의 서울시 의원 후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 며 환하게 웃었다.

첫번째 공천실험인 탓인지 문제점도 드러났다. 김근태 의원은 "15%에 불과한 투표율, 선거관리의 어려움" 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참석자들은 "이 실험이 여야 모두에 영향을 미쳐 정치권에 상향식 공천, 경선 확대의 새 흐름이 잡힐 것 같다" 고 전망했다.

전영기 정치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