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맨 온 파이어'는…] 소녀의 보디가드, 복수의 화신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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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맨 온 파이어'는 아무리 임무였다고는 해도 숱한 살인(암살)을 저질렀던 과거 때문에 알코올과 성경에 의지해 겨우 살아가는 전직 CIA요원 크리시의 사랑과 복수를 그린 영화다.

크리시는 멕시코시티에 들렀다가 아홉살 소녀 피타의 보디가드가 된다. "난 네 친구가 아니라 보디가드"라며 피타를 멀리하던 크리시는 점차 피타의 천진한 미소에 마음의 문을 연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부패한 경찰이 연루된 유괴단에 피타가 유괴 살해되자 크리시는 복수에 나선다.

할리우드 액션영화가 숱하게 반복했던 줄거리지만 기본 복수극과 차별화되는 것은 탁월한 연기와 감각적인 영상이다.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까지 시도하는 무기력한 전직 요원에서 킬러로 변신하는 크리시 역의 덴절 워싱턴은 물론이고, 피타 역의 다코타 패닝 역시 아홉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원숙한 연기를 보여준다. 거기에다 필름 반대면을 사용하거나 세개의 이미지를 하나의 필름판에 프린트해 다중노출을 시도해 독특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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