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운영권 놓고 각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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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항 운영권 확보전이 치열하다. 정부가 도입키로 한 항만공사를 부산시와 해양수산부가 서로 산하에 두려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겉으로는 부산항의 경쟁력 강화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부산항 수입을 차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들은 따로 연구용역을 실시, 자신에게 유리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각축전은 정부가 지난해 초 해양수산부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 2001년부터 부산항 항만공사제를 시행토록 권유하면서 불붙었다. 현재 부산항은 정부가 소유.관리하고 있다. 항만공사제(PA.Port Authority)는 정부.부산시.업계 등이 공동 참여하는 별도의 공사를 설립, 관리.운영.정책 결정을 맡기는 제도이다.

◇ 부산시〓2001년부터 완전한 PA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부산항 수입을 넘겨받아 빈약한 부산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부산상의와 부산시민단체도 부산시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용역을 맡은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용역 중간 보고회를 열어 2007년부터 공사제 완전 시행 의견을 내자 반발하고 있다.

시는 나아가 지난 10일에는 심포지엄을 열어 공사제 조기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지자제가 실시되고 있는 마당에 부산항 관리권도 지방정부로 이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산하 항만공사가 생기면 시정과 항만행정이 일원화돼 조화로운 도시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도 "부산항으로 부산이 얻는 실익은 없고 컨테이너 차량 등으로 체증만 가중되는 등 피해만 보고 있다" 며 조기 시행을 바라고 있다.

◇ 해양수산부〓단계적 시행을 바라고 있다. 당분간 정부가 소유.관리하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고 정부 중심의 항만공사제를 도입한 뒤 2007년부터 완전한 공사제를 시행한다는 복안이다.

그때가 돼야 부산항의 재정자립이 가능해 항만 개발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정자립이 안된 상태서 부산시가 부산항 관리를 넘겨 받으면 돈이 없어 항만 개발과 유지.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도 부산항 재정 자립도를 47.7%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항 운영권을 부산시에 넘기더라도 그동안 투자비는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역 결과가 나오는 이달 말쯤 도입 시기와 운영 방법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부산항 컨테이너부두를 정부로부터 빌려 민간에게 재임대하고 있는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의 입장도 해수부와 비슷하다.

공사제가 시행되더라도 컨테이너부두 개발을 계속 맡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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