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향에서 인왕까지' 박대성 작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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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아직은 자유로이 갈 수 없는 북한 땅. 그 가운데 일부를 화폭에 옮겨 사랑과 안타까움으로 채색한 작품이 선을 보인다.

한국화가 소평(少平) 박대성(朴大成.55)이 18일~6월11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초대전 '묘향에서 인왕까지' 를 여는 것.

금강산.백두산.묘향산.정방산.인왕산.북한산 등을 활달한 필치로 그려낸 산수화들이다.

"평양과 백두산을 한 번씩, 금강산은 세차례 다녀왔다" 는 박씨는 "1998, 99년 답사하면서 그린 스케치를 토대로 했지만 생략과 강조.상상을 통한 마음의 풍경을 담았다" 고 말한다.

작품 '내가 본 금강산 그림(吾見金剛山圖)' 은 장전항을 출발해 온정리.외금강.만물상.해금강.내금강에 이르는 장관을 길이 11m의 두루마기에 펼친 대작. 파노라마식으로 금강산을 그린 것은 처음이다.

1백50호 크기의 금강전도(金剛全圖)3점도 금강산의 전체 모습을 표현한 대작. 마치 볼록렌즈에 비친 풍경 처럼 구도가 독특하다.

"높은 곳에서 산 전체를 내려다보는 시점을 취했지요.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산의 뒷면까지도 표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숨은 풍경까지 그려낸 화폭에서 통일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이들 작품은 실경산수(實景山水)의 독보적인 경지를 개척했던 그가 화풍을 진경산수(眞景山水)로 옮긴 것을 보여주는 것. 자세한 묘사를 생략하고 일필휘지로 대상의 정수만을 화폭에 담는 그의 간필(簡筆)은 서예의 기량에서 나온 것이다.

"그간 산수의 실제 풍경에 끌려다닌 것 같아요. 이제는 산수를 끌고 나와 마음의 눈으로 봅니다."

20년간 연마해온 서예를 통해 붓의 힘을 끌어낸다는 박씨는 "지필묵과 필력이 한국화의 기본이라는 점을 많은 작가들이 소홀히 하는 듯해 안타깝다" 고 했다.

박씨는 79년 제2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작가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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