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병역비리 수사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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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병역비리합동수사반의 정치인 관련 수사가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의원 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이에 따라 총선용이 아니었느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시기인 선거 직전에 수사를 시작한 합동수사반이 내놓은 빈약한 성적표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 정치인 아들 수사〓지난 2월 14일 합수반이 활동을 개시함으로써 닻을 올린 병역비리 수사는 반부패연대가 낸 수사촉구서 명단(2백10명)에서 중복 기재자와 이미 수사 중이던 39명을 뺀 1백19명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특히 수사는 정치인 27명의 아들 31명과 사회지도층 아들 35명에게 집중됐다.

검찰과 국방부의 병역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합동수사는 새 정부 들어 1998년과 99년에 이어 세번째. 그러나 시기적으로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인 데다 대상자 중 야당 의원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나라당은 "정치적 수사" 라며 반발했으며, 민주당은 이를 '국기문란행위' 로 규정했다.

합수반은 소환 불응으로 수사가 난항에 부닥치자 지난 3월 22일에는 신체검증 및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입장까지 발표하며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합수반은 정치인의 아들 대부분에 대한 수사를 마친 14일 金의원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혐의가 드러난 정치인은 없다고 밝혔다.

사회지도층 아들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 "법 집행에 예외는 없다" 며 당당했던 수사 착수 당시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결과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합수반은 "일반 병역사범의 경우 병역 의무자와 부모.군의관 등을 한번에 불러 조사할 수 있었지만 정치인 아들의 경우 정치인 소환을 못해 한계가 있었으며, 오래된 일이라 금품을 주고받은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고 해명했다.

◇ 병역비리 실태〓사법처리된 80명 가운데 군의관.병무청 직원이 26명이나 돼 비리 사슬의 주역이란 오명을 재확인했다.

병무청 직원의 경우 운전기사부터 전직 서울병무청장까지 그야말로 로비창구는 다양했다.

합수반은 특히 수사과정에서 브로커-소규모 병원의 CT필름 바꿔치기-종합병원 의사의 진단서 발급-군의관 판정으로 이어지는 속칭 'CT필름 바꿔치기' 수법을 사실로 확인했다.

엑시머레이저 시술로 한쪽 눈만 시력을 조정, 양쪽 눈에 생긴 시력차로 면제를 받은 기발한 수법까지 드러났다.

뇌물액수는 2백만원에서 8천5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지만 대부분 1천5백만~3천만원의 공정가로 거래됐다.

◇ 수사 전망〓합수반은 다음달부터 또다른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지방병무청과 군 병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한다. 이미 상당 분량의 첩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합수반은 병역비리의 '몸통' 으로 불리는 박노항(朴魯恒)원사의 검거에 주력할 방침이다.

'朴원사를 잡지 못하면 합수반은 간판을 내리지 않을 것' 이라 다짐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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