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공룡 수도권] 구치소 코앞에 초등교 3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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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70년대 중반부터 본격 개발된 송파구는 서울에서 도시여건이 양호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계획과 근시안적인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곳곳에서 후유증을 앓고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초등학교와 구치소가 지척에 있는 가락2동. 2만3천여평 부지에 성동구치소가 세워진 77년에는 허허벌판이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부터 왕복 2차로 주변 사방으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

구치소 코앞 남쪽에 가동초등학교, 남서쪽에 가주초등학교와 송파중학교가 만들어졌다.

송파구 박재범(朴在凡.39.건축사.가락2동)구의원은 "5층 높이의 가동초등학교에서 구치소 내부가 들여다 보여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고 말했다.

그는 "구치소 바로 앞에 어떻게 학교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생각을 했는지 의아하다" 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구치소 면회자들 때문에 이 일대에 불법 주차가 성행, 교통 혼잡이 가중되고 있다.

주민들은 여러 차례 구치소를 도시 외곽으로 옮겨줄 것을 법무부 등에 진정했으나 구체적인 이전 계획은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16만4천평 규모로 80년대 중반에 문을 연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있는 문정2동. 가락시장과 왕복 8차로(폭 32m)를 사이에 두고 올림픽 개최 직전 4천4백가구(56개동)의 훼밀리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졌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임원와 선수들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올림픽이 끝난 뒤 입주한 주민들은 가락시장내 도축장에서 풍기는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도축장 이전을 위한 주민협의회 김정규(70)회장은 "여름철이면 도축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썩는 냄새로 창문을 열어놓기가 어려울 정도" 라고 말했다.

야간에는 농수산물을 싣고 온 대형트럭들이 하역을 위해 밤새도록 2개 차선을 점거해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한다.

당초 서울축협측은 6월 말 현 도축장을 경기도 부천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현지시설 부족 때문에 3~4년 더 현재의 도축장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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