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의 '물좀 주소' CD로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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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한국 포크음악의 대부' 한대수(52)의 대표작들이 CD로 만들어져 음악팬들과 다시 만난다.

25년의 활동기간 동안 발표된 6장의 정규 음반 중 뛰어난 것으로 꼽히는 1집 '멀고 먼 길' (1974년)과 3집 '무한대' (89년)가 '매스터피이스' 란 타이틀의 CD 2장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것.

지난해 그의 2집 앨범 '고무신' 의 해금음반과 97년 일본 후쿠오카 라이브 공연실황 등이 2장의 CD로 선보인 지 1년만이다.

1집 '멀고 먼 길' 은 정말 먼 길을 돌아 이제서야 음악팬들과 CD로 다시 만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음반은 특히 국내 대중음악사에서 명반을 거론할 때 꼭 빠지지 않는다.

'행복의 나라로' 를 비롯, '물좀 주소' '바람과 나' 등 한대수 특유의 질박한 서정과 강렬한 보컬이 어우러진 곡들은 지금 다시 들어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LP로만 이 음반을 소장하고 있던 30대 이상, 혹은 한대수의 명곡들을 잘 접해보지 못한 10~20대 음악팬들에게 모두 반가운 일이다.

이번 음반 작업과정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LP가 갖고 있던 기술적 제약으로 죽어있던 소리를 다시 살려내는 과정인 '리매스터링' . 단순한 재발매의 의미를 넘어서 과거 기술이 모자라 제외되고 생략됐던 것들이 이번에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무한대' 앨범을 제작했던 프로듀서 윤태원과 엔지니어 정도원이 노력을 기울인 덕택에 LP에선 잘 들리지 않던 '행복의 나라로' 의 오르간 선율, '인상' 의 첼로 소리 등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5곡에 이르는 보너스 트랙도 눈길을 모은다.

'하루 아침' 의 오리지널 어쿠스틱 버전은 녹음된 지 26년만에 CD 로 빛을 보게 됐다.

이 곡은 팬들에겐 '무한대' 음반에 실린 일렉트릭 버전과 강산에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이미 잘 알려진 곡.

그러나 오리지널 버전은 '멀고 먼 길' 의 다른 수록곡들과 함께 녹음됐다가 수록곡에서 누락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판매금지 조치에 대한 우려 때문. 결국 89년 재발매된 '멀고 먼 길' LP버전에 소개됐다가 이번 CD에 다시 수록됐다.

이밖에 89년에 녹음한 '희망가' 의 수정 버전을 비롯, '노 릴리전' '스페어 파츠' '에이즈 송' 등 기존의 녹음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곡들도 함께 들어볼 수 있다.

이번 음반을 통해 그동안 시간 속에 묻혀있던 자신의 음악적인 입지를 새로 굳혀가고 있는 한대수는 오는 9월 한국계 중국 가수 최건과 함께 국내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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