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경찰에 베풀면 경찰도 베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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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찰의 도움 없이는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은 자명하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을 다정한 내 이웃처럼 생각해 본 국민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는 물고기가 물 없이는 못 살면서 물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경찰관들도 가정과 자녀를 둔 가장이며 부모들이다.

출근은 있으나 퇴근은 일정하지 않은 이들 경찰관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임 경찰관의 급여는 46만원으로 같은 직급의 다른 공무원보다 적다고 한다.

보수체계도 불합리해 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공무원과의 격차는 커진다.

민간기업체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선진국 경찰관은 우리나라 경찰관들보다 3~7배 가량 많은 보수를 받으며 철저한 시간제 근무를 보장받고 있다.

물론 경찰관 중 일부가 음주운전자에게 돈을 받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 경찰의 명예를 훼손한 적이 없지 않다.

이같은 경찰관의 자질 문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뒤집어보면 비현실적인 보수체계와 열악한 근무조건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경찰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신바람나는 근무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보다 더 공정한 법집행이 가능해지므로 국민도 더 편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부처님 말씀 중에 사섭법(四攝法.보살이 중생을 제도하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인 보시법(布施法)을 경찰관들에게 전하고 싶다.

그것은 물질적이든, 진리의 가르침이든, 정신적 실천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남에게 봉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선인선과(善因善果)라는 말이 있다.

정부나 국민이 경찰관들이 노력하는 만큼 보상과 처우에 신경을 써주면 선과(善果)의 몫은 정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김법혜 <민족통일불교 중앙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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