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다·위험하다등 자연분만 오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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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우리나라는 제왕절개 분만 건수에서 단연 국제적인 기록을 갱신한다.

1990년 13.3%이던 제왕분만이 95년 21.3%, 98년 36.1%로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왕절개수술 억제 운동을 편 결과 1988년 24.7%를 최고점으로 점차 떨어지고 있는 추세.

최근 국내 의료계도 공청회등을 통해 '자연스런 분만환경' 으로 제왕분만을 억제하자는 운동이 일고있다.

자연분만을 기피하는 데는 임신부들의 잘못된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

25%정도는 임신부들이 원한다는 것. 여성들이 잘못 알고 있는 속설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소개한다.

◇ 제왕절개술이 안전하다〓환자들이 제왕분만을 선호하는 것은 대부분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 그러나 제왕절개술은 전신마취와 수술을 받아야 하므로 출혈.감염.마취에 따른 합병증과 요로손상의 가능성이 자연분만에 비해 높다.

제왕절개술시 임신부 사망률은 자연분만의 4배.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교수는 "제왕분만으로 병상에 오래 누워있을 경우 하지부종이나 정맥색전증도 예상할 수 있고, 감염 때문에 나팔관 유착이 될 경우엔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 말했다.

또 진통이 없기 때문에 수유가 늦어지고 산모의 회복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 자연분만을 하면 살이 찐다〓출산후 체중이 느는 것은 우리나라 여성의 산후조리 관습과 일생중 가장 높은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생리적 현상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상만교수는 "최근 제왕절개술을 받은 48명과 자연분만 여성 1백61명의 1년후 체중을 분석한 결과 임신전 비만여성에서 체중증가 현상이 나타났을 뿐 출산방법과 체중과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임신기간 동안 쌓인 체중증가를 출산후에도 한동안 그대로 유지하는 것. 이 기간이 6개월 이상되면 우리 몸이 증가된 체중에 적응해 살을 빼기 힘들어진다는 것. 따라서 김교수는 "출산후 6개월내에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을 통해 정상체중으로 돌아가야 한다" 며 "출산후 누워 지내는 우리나라 산후조리 방법에 문제가 있다" 고 말했다.

◇ 자연분만을 하면 부부금슬이 나빠진다〓자연분만이 성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없다.

단지 난산으로 골반근육이 파열되거나 약해질 경우 요실금이 나타나는 등 불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성생활과는 무관하다는 것.

고대안암병원 비뇨기과 이정구교수는 "감각이 외부성기에 몰려있는데다 여성의 성감은 질의 점막하혈관층의 혈류에 달려있기 때문에 자연분만으로 부부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은 핑계일 뿐" 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완된 골반근육은 운동으로 회복될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분만시 회음절개술 자국이 간혹 합병증을 일으키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성생활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배의 흉터가 미용적으로 눈에 거슬릴 수 있다.

◇ 초산때 제왕절개를 하면 둘째도 같은 방법으로 분만해야 한다〓반드시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3가지. 우선 태반이 아기의 머리보다 자궁입구에 가까이 있는 전치태반인 경우다.

이 때는 진통과 함께 심한 출혈이 있으므로 제왕절개를 받아야 한다.

둘째는 아기의 하체가 자궁아래 쪽으로 자리를 잡은 비정상적인 태아의 위치. 자연분만을 할 때 아기의 뇌를 다칠 우려가 있다.

세째는 아기가 엄마의 골반보다 큰 경우. 박교수는 "태아의 체중이 4㎏ 이상이면 제왕절개를 권하지만 이때도 임신부의 골반이 크면 문제가 없다" 며 "첫아이를 제왕절개했다고 둘째 아이도 같은 방법으로 낳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 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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