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구겐하임미술관장 토마스 크렌스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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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레이저 아트의 미켈란젤로' 백남준씨의 구겐하임미술관 초대전인 '백남준의 세계' 가 지난달말 뉴욕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백씨의 지난 40년동안 예술생활을 집대성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1주간 관람객동 원이 구겐하임미술관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모았다.

토마스 크렌스 구겐하임미술관장(53)은 "한마디로 위대하다. 그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는 말로 백씨를 극찬했다.

- 이번 작품전을 통해 구겐하임은 몇가지 신기록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들려달라.

"4월15~22일 일주일동안 3만1천9백66명의 관람객을 동원, 지난 98년 수립된 '아트 오브 모터사이클' 의 1주간 관람객 2만7천4백15명의 기록을 깼다.

4월21일 하루동안에는 무려 7천6백73명이 입장했다.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은 전시회였다. 관람객들이 밀려들어 당초 예정보다 폐막일을 나흘 늦춰 4월30일날 막을 내릴 정도였다."

- 구겐하임관장으로서 백씨를 평가한다면.

"50, 60년대 미술의 장르가 회화와 조각이었다면 백씨는 TV를 하나의 작품소재로 선정해 작품세계를 펼친 독특한 예술인이다.

더우기 TV의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 쪽에 주력해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캔버스나 종이에 물감을 칠해 그림을 그리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흙이나 쇠를 이용해 조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백씨는 현대미술사에서 재료로 선택하지 못한 TV를 신소재로 활용해 작품의 세계를 펼쳤다는 점을 높이 살만하다.

한마디로 남들이 생각치도 못한 그리고 상상하지도 못한 소재로 신예술세계를 세상에 펼친 점이 백씨의 크나큰 업적이라고 본다."

-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이 이번 전시회를 열게된 배경은.

"나의 영감이 크게 작용했다. 82년 휘트니미술관에서 백씨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큰 감명을 받았었다.

그 후 소호 근처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를 자주 방문했으며 그때마다 비디오 아티스트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해 오던 중 90년대 말 다시 한 단계 도약한 레이저 아트를 접하게 돼 '바로 이거다' 라는 생각과 함께 작품전 개최를 결정했다.

마침 엘즈워스 켈리, 로버트 라우젠버그, 로이 리히텐스타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인들을 구겐하임이 초청, 초대전을 열고 있었기 때문에 백씨를 이들 예술인들의 반열에 올리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 구겐하임에서 기획중인 한국관련 전시회는?

"지금까지 한국출신 작가로 개인전을 개최한 것은 백씨 뿐이었다. 앞으로 '한국의 예술과 건축' 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종교와 관련된 건물, 양반가옥.사찰.평민의 집.관청.궁 등 6가지의 독특한 조형물을 설치해 그 안에 걸맞는 가구와 소품 등을 나열해 한국의 건축물과 소품이 조화를 이루는 환상적인 무대를 꾸며 보려고 한다.

물론 도자기나 소품 들은 모두 국보급 문화재가 될 것이다. 대기업의 협찬, 국보 반입.반출과정에서 한국정부의 협조, 개인 소장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전시회의 기본 골격은 서 있지만 협조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어 확실한 일정은 아직 못잡고 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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