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하늘 주거시대’ 한국서도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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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들어서는 버즈두바이는 154층 818m의 초고층 빌딩이다. 사무실·호텔·주거시설이 들어서는데 40층부터 108층(지상 370m)까지가 아파트다. 삼성건설 버즈두바이 현장의 윤왕현 부장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100층대로 올라간 아파트”라며 “과장하면 ‘하늘 주거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늘 주거’는 현실이 됐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과 인천 송도에서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14년 완공하는 해운대관광리조트(118층·511m)와 인천타워(151층·587m)가 초고층 아파트의 새 장을 연다. 이들 건물은 당초 업무·상업·문화시설로만 계획됐지만 아파트도 들이기로 하고 지난달 말 사업승인을 받았다. 인천타워 개발안에 따르면 58층까지는 사무실과 호텔이 들어서고 59층부터 115층(대략 450m)까지는 아파트로 채워진다. 120~145층도 콘도미니엄으로 주거시설과 다름없다. 한창 설계 중인 해운대관광리조트도 100층 안팎에 아파트가 배치될 전망이다.

착공을 앞두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롯데월드타워(107층·510m), 해운대구 우동 월드비즈니스센터(108층·432m)도 건물 내에 아파트를 들이기로 했다. 부동산개발업체 MCM홀딩스 김수영 상무는 “100층 아파트는 50~70층 정도인 이제까지의 초고층 아파트와는 조망의 폭이 다르다”며 “더 멀리 보려는 주택 수요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완공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69층·264m)이며, 공사 중인 아파트로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두산위브더제니스 주상복합이 최고 80층(300m)이다. 1990년대만 해도 높아야 30층을 넘지 않았으나 2000년대 들어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4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아파트를 점차 높게 짓는 것은 주택 수요자들의 조망권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 새 조망권의 가치가 새롭게 정립되면서 ‘높을수록 좋은 아파트’라는 공식이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해운대관광리조트를 개발 중인 트리플스퀘어㈜ 김영원 상무는 “경기 위축 등으로 업무·상업시설만으로는 사업비를 댈 수 없어 주거시설을 들이기로 한 것”이라며 “아파트가 잘 팔릴 수 있도록 조망이 좋은 100층 안팎에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늘 주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건설관리연구실장은 “주거용으로 쓰려면 화재나 자연재해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 등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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