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주국제영화제 최민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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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전주국제영화제 최민(56.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 조직위원장은 그동안 미술과 영화 분야에서 다양한 글을 발표해온 미학 전공 학자다.

이번에 영화제를 총책임지면서 연구실의 울타리를 벗어난 그는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며 행정가로서도 손색없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다소 초췌한 표정의 그는 영화제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 했다.

- 영화제를 결산한다면.

"관객 동원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유료 입장권 8만5천장중 80% 가량이 팔렸다.

젊은 학생과 일반 시민이 호응해 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에 초청한 영화들 대부분이 좀 생소하고 어려울 텐데도 공부하는 자세로 진지하게 봐 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진행상 미숙으로 티켓 판매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필름이 뒤바뀌는 등 사고가 나서 곤혹스러웠다.

첫 회 행사라 미비한 점이 많았다. 창구를 여러 곳으로 만든다든지 전산시스팀을 제대로 체크했어야 하는데 애궂게 자원봉사단자들만 욕을 먹었다.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애정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

- 초청인사들도 많이 불참했다.

"우리도 그렇게 불참률이 높으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개별적으로 확답을 다 받았는데 막판에 이런저런 이유로 오지 않았다.

서울.부산 같은 대도시가 아닌데다 첫 회 영화제라 섭외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영화제 붐이 일고 있는데.

"울산 등 다른 도시에서도 영화제를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화제가 지금보다 몇 개 더 있는 건 상관없다고 본다.

그러나 각 영화제가 나름대로 특색과 개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화제작만 끌어올려고 서로 경쟁하다보면 제살깎아먹기 식이 될 수 있다."

- 시네마테크 같은 영화문화의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의 실정에서 이벤트 위주의 영화제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국가가 영상자료에 투자를 많이 해야하는데 아직은 그런 면에 무관심한 것 같다.

현재 영상자료원 이사장이 비상임으로 돼 있는 것만 봐도 정부의 마인드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영상 산업이 서울에 집중해 있는데다 필름 구입이나 자료 수집이 용이하지 않기때문이다.

제대로 하려면 예산 등에서 지원을 많이 받아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욕심같아서는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전주에도 '비디오 영상 도서관' 이라도 갖춰줬으면 싶다.

각국의 문화원및 시네마테크 등과 연계하면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을 텐데. "

- 애초에 단편 및 실험영화, 디지털영화 등 '대안영화' 를 표방했는데 이런 의도가 제대로 살지 못한 것 같다. 너무 욕심을 낸 것 아닌가.

"영화 편수(1백75편)가 많다는 면에서 영화제를 크게 가져갔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감독의 영화들, 예컨대 샹탈 아커만이나 알렉산드 소쿨로프 등의 작품들을 많이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총괄적으로 평가하자면 대안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영화제의 주제는 절반 정도 달성 한 것 같다. 솔직히 첫 회라 좀 띄워보자는 계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년에는 작품 수를 더 줄이고 규모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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