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火] 고혈압 고치려면 젓가락으로 식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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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헬스코치안그래도 높은 우리 나라의 고혈압 유병율이 요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08년 건강보험 통계 연보’에 따르면, 고혈압 진료 인원은 지난 2004년 370만명에서 지난해 517만명으로 38.6% 급증했다. 50대가 넘어가면 거의 2명 중 1명꼴로 고혈압인 셈이니 이래서는 고혈압 관련 질환인 뇌졸중, 뇌출혈,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신부전 등이 줄어들래야 줄어들 수가 없다.

나는 우리나라의 고혈압 대국화가 두 가지에서 왔다고 본다. 첫째는 소금 식사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예전부터 염장식사에 익숙한데 염장식사는 고혈압과 위암이란 한국형 블록버스터 질병들을 양산하였다. 원래 염장식사는 냉장고가 보편화되면서 사라졌어야 하나 짠 맛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의 입맛은 변화를 거부하였다.

둘째 식사의 서구화이다. 서구화된 식사중에서도 특히 인스턴트 음식들은 칼로리가 높다. 그리고 혈압을 올리는 주성분으로 작용하는 나트륨이 많아 고혈압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나이가 젊을수록 식사의 서구화에서 오는 영향을 많이 받으며 나이가 들수록 소금 식사쪽으로 점점 기울어가게 된다. 젊을수록 달고 기름진 미각의 자극성에 주목하며 나이가 들수록 미각의 둔화에 따라 점점 짜고 매운 맛을 선호하는 것이 내가 관찰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입맛 인생사이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층에서 장년층으로 이행하는 30대후반과 40대초반의 남성들은 두 가지 취약성에 다 노출된다.

45세 고 염식(가명)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처음 내원했을 때 혈압약은 ACE저해제 한 알, 칼슘길항제를 한 알 복용하는데도 고혈압 수치는 142/92mmgHg로 썩 잘 조절되는 편이 아니었다. 덩달아 심장병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수치 역시 정상 수치보다 매우 올라가 있었으며 심전도에서 경도의 좌심실비대 소견이 관찰되었고,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크레아티닌도 정상치의 상한 범위에 위치하였다. 그도 몇 년전부터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해 약으로도 쉽게 조절되지 않는 혈압 수치로 인해 언제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얼마전 고혈압을 가지고 있던 친한 친구의 뇌출혈 사건은 그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영양평가분석을 해보니 그의 높은 혈압의 주요 원인이 밝혀졌다. 소금 섭취량이 18g으로, 그는 WHO 권장량 5g 보다 4배가량 더 섭취하고 있었다. 그의 주된 식사리스트에 들어있는 컵라면(소금함유량 5g)이나 햄버거(소금함유량 3g)등으로 인해 안그래도 소금 섭취량이 높은 우리 나라사람의 평균 섭취량인 12g에 비해서도 50% 이상 증가되어 있었다. 게다가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아 혈관의 경직도 또한 매우 증가되어 있었다.

김씨에게 싱거운 입맛으로 바꾸기와 혈관 유연화 처방이 내려졌다. 싱거운 입맛 처방의 포커스는 김씨의 짠맛 식사의 가장 큰 원인인 국물 안 먹기에 맞추어졌다. 김씨는 식사때 마다 국이나 찌개가 없으면 식사를 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가 즐겨먹는 알탕에는 소금이 5g 정도, 돼지고기 김치찌개에는 약 3g 정도가 들어있다.

물론 이러한 음식은 나도 즐겨먹는 편이지만 그의 문제점은 찌개나 국을 먹는 방식이었다. 기실 국이나 찌개에서 소금과 지방이 밀집되어 있는 부위는 국물이다. 그런데 그의 경우 건더기는 거의 먹지 않고 국물에만 눈독을 들여 한 숟가락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리니 그야말로 소금 식사를 하는 셈이었다.

요리되어 나오는 국이나 찌개는 이미 짜게 간이 되어 있다고 뜨거운 물로 희석시켜 먹는 저염식을 실천하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거의 4배이상의 고염식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에게 내린 처방은 젓가락으로만 식사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국물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할 터이었다. 물론 그가 먹고자 하는 국물맛은 건더기에도 배어 있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그는 “들고 마시면 젓가락을 쓰지 않더라도 국물을 마실수 있겠네요?” 라고 농담을 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지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물론 젓가락 식사는 그의 또 다른 문제점 중의 하나인 빨리빨리 식사로 인한 과식까지도 교정해 줄것이다.

혈관을 유연하게 하기 위하여 민감한 성격을 둔감하게 만드는 훈련과 채소와 제철 과일의 혼합 섭취 교육이 이루어졌다. 물론 인터벌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처방 역시 이루어졌다.

3개월후 김씨는 칼슘길항제를 끊고도 잰 혈압이 128/78mmHg로 내려갔으며, 조만간 ACE 저해제의 용량을 반으로 줄이는데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혈액수치도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심장병 발생 위험가능성을 높게 예고하던 각종 염증수치와 혈압관련 검사수치도 낮은 쪽으로 하방이동하였다.

우리는 쉽고도 편안한 식사방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내 몸의 소리를 듣는데는 귀를 닫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어렵게 식사하고 불편하게 먹을수록 혈압 역시 반응한다. 오로지 젓가락 식사는 처음에는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숟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해진다는 것이 ‘9988234’의 시크릿이다.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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