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풀린 학교 교육] 中.어디까지가 고액 과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정부가 특별기구 설치를 통해 고액 과외를 강력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고액 과외의 범위와 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고액과 일반 과외의 한계가 모호한데다 개인 교습의 특성상 과외비는 비밀에 부쳐지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용린(文龍鱗)교육부 장관은 "사회통념을 뛰어넘는 과외" 를 고액 과외로 규정했지만 구체적 기준은 아직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28일 "과외비가 최소한 교사의 소득보다 높아서는 안된다" 는 기준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또한 교사의 소득이 천차만별인데다 비교 대상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고액.저액의 기준을 현행 학원비와 대학생 교습비를 기준으로 책정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입시학원은 법정 수강료 24만원 외에 교재비 명목으로 10여만원 등 35만원 안팎을 받고 있다. 대학생 과외의 경우 보통 과목당 1주일에 두 세차례 가르치면서 20만~40만원 정도의 돈이 오간다.

하지만 이것을 기준으로 고액 과외의 기준을 삼기는 어렵다는 게 학원가의 중론이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학원강습과 달리 개인교습은 개인별.그룹별로 이뤄지는데다 실제 고액 과외업계에서는 과목당 최소 백만원 단위는 모두 상회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능 직전에 이뤄지는 '족집게 과외' 는 천만원대라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당국이 고액 과외의 폐해를 우려, 지나치게 낮은 액수의 기준을 설정할 경우 오히려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고 과외가 음성화할 우려마저 있다.

1998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강남 고액과외 사건의 경우 당시 한신학원 김영은 원장에게 딸의 족집게 과외를 시킨 선우중호(鮮于仲皓)전 서울대 총장은 수능 직전 한달반 동안 전 과목에 걸쳐 2천만원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모 보험회사 이사는 고3딸의 국.영.수 과외비로 3천8백만원을, H백화점 지점장은 국.영.수 3과목의 7개월 과외비로 4천2백만원을 일시불로 먼저 내고 과외를 시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 박경아(50)씨는 "이런 비정상적인 고액 과외를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속히 합리적인 고액과외 기준이 책정돼야 한다" 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