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방중기 '정보화 외딴 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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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국 과학의 메카' 라는 대덕연구단지에는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이 많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주업체들은 낙후된 통신 인프라에 발목이 잡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고속 통신망이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지만 개별업체로는 연결되지 않아 값 비싼 전용회선이 아니면 기존 전화선을 쓸 수밖에 없어 속도전에 밀리기 때문.

대전시가 설립한 벤처빌딩인 다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에 입주한 광통신 장비를 생산하는 IT의 공비호 사장은 "아파트에는 ADSL이 보급됐지만 생산 현장인 기업에는 언제 될지 모른다는 통신회사측 답변을 듣고 있다" 며 "기술은 첨단이지만 통신 인프라는 원시상태로, 중소기업들은 정보화의 외딴 섬" 이라고 토로한다.

충북 진천에 있는 서울샤프중공업. 공장을 새로 지어 지난해 서울에서 이곳으로 내려왔다.

새 사옥인 만큼 내부에는 LAN이 완벽하게 깔려 있다. 하지만 정작 외부로 연결되는 통신망은 구리선이어서 정보화는 '반쪽' 상태다.

이 경우 상무는 "서울에 있을 때는 도면 등 용량이 큰 화일을 e-메일로 주고 받았고 수백명에게 한꺼번에 공문을 보낼 수 있었으나 이곳에선 엄두도 못내고 있다" 고 밝혔다.

충남 천안의 삼한기계는 판유리 가공기술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생산된 제품의 90%를 수출할 정도로 해외거래가 많다. 하지만 이 기업도 통신은 구리선에 의존한다.

"속도가 늦고 중간에 끊기다 보니 e-메일의 첨부파일은 받을 생각도 못한다" 며 "지난해 이탈리아측과 공동개발 때는 CD에 파일을 담아 국제우편으로 받다보니 하루면 될 것이 1주일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고 회사측은 말했다.

특히 지방소재 중소기업들은 정보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중소기업청의 전국 주요 공단별 초고속 통신망 실태 표본조사에서도 중소기업들의 통신 인프라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과 광주.울산 등 일부지역은 초고속 통신망이 이용되고 있으나 많은 지역이 설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전국 주요 시.군에는 전화국까지는 광케이블이 깔린 상태. 문제는 ADSL과 같은 초고속 통신망의 경우 통신업자들이 설치가 편하고 수익성이 있는 아파트 지역을 선호하고 수요가 산발적이고 시내에서 떨어진 공단지역은 아예 후순위로 밀어놓고 있다는 점.

서울 온수공단에서는 입주업체들이 단체로 전용회선 설치를 신청했으나 통신업체에서 경제성 등을 이유로 설치가 어렵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순천 동영산업의 조현식 사장은 "전용선은 비용부담이 있고, 전화선은 병목현상으로 애로를 겪는다" 고 밝혔다.

중기청 관계자는 "인터넷 사용과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며 통신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며 "중소기업들에 대한 초고속 통신망 보급에 특별대책이 요구된다" 고 밝혔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이나 공단지역의 경우 수요가 산발적이고 광역이어서 통신망 사업자들이 보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게 사실" 이라며 "올 상반기 대도시의 수요 적체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점차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대전〓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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