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극단을 찾아서] 2. 대전 '우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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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우리나라에 이만큼 바쁜 극단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한해 평균 1백회 가량 '출장' 을 나간다.

겨울철을 제외하면 사흘에 한 번꼴로 관객과 만난다.

대전시에서 마당극의 대중화에 매진하고 있는 우금치(http://www.prn.co.kr/my/wukumchi)를 두고 하는 말이다.

주거지는 대전이지만 활동 영역은 전국이다. 12명의 단원이 두 대의 봉고차에 나눠 타고 방방곡곡을 내집처럼 누빈다.

최근 1주일을 보자. 20일 대전 배재대 콘서트 초청공연, 23일 대전 식상산 진달래 축제 식전 공연에 이어 27일엔 광주로 달려간다.

광주 비엔날레 부대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우금치는 늘 이렇게 분주하다.

유기형 대표(37)는 "공연과 연습으로 1년이 짧다. 강원에서 제주까지 가지 않은 곳이 없다" 고 말한다.

색깔도 뚜렷하다. 1백% 창작 마당극을 고집한다.

사물놀이.탈춤.판소리 등 전통적 연극 요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소화하며 우리 고유의 공연양식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을 교과서가 아닌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 유대표가 말을 잇는다.

"지난해 8월 남미 최대의 연극 축제인 콜롬비아 보고타 세계 거리극 축제와 보야카 국제문화제에서 우리 문화의 경쟁력을 확인했습니다.

우리의 소리와 춤이 그렇게 좋은 반응을 받을지는 기대도 못했어요. 영혼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라는 극찬도 있었습니다."

마당극 하면 1980년대 문화운동을 연상하기 쉽지만 우금치는 그런 좁은 범주를 뛰어 넘는다.

85년 충남지역 대학 탈춤반 학생을 중심으로 처음 모임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운동권 성격이 짙었지만 90년 정식으로 극단을 창립하면서 일반인과 동고동락하는 단체로 재탄생했다.

최근엔 재즈.힙합 등도 익히며 전통과 현대의 접목에 열중하고 있다.

이런 왕성한 활동과 달리 우금치의 보금자리는 마치 산사(山寺) 같은 분위기다.

대전에서 금산으로 넘어가는 대전의 동쪽 끝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쟁이마당' (연습실)과 '터줏대감' (숙소)이란 간판이 달린 조립식 건물에서 공동체 생활을 꾸려가며 충남 일대의 연극을 이끌고 있다.

98년엔 대전 연극협회에 가입하면서 운동권과 제도권의 대화도 시도했다.

"무엇보다 쉬운 연극을 지향합니다. 많은 관객이 농민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렵게 얘기하면 곤란합니다. 가급적 장면도 빠르게 바꿔 그들의 시선을 잡아두려고 합니다. 연극의 생명인 관객과의 호흡을 노리는 것이죠." 성장순 기획단장의 설명이다.

"우금치가 어딥니까. 동학 최후의 격전지 아닙니까. 우리는 그 정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여러 모순에 저항하겠다는 뜻이죠. 이런 싸움엔 서울과 지방이란 소재 구분이 무의미합니다. 깨어있는 눈과 귀로 마당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유대표의 당찬 소망이다.

대전〓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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