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마케팅] 넥타이 코디 인터넷서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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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996년 데이빗 프레이저 워커(37)와 마틴 브라이티(33)는 홀리데이 앤 브라운이라는 회사에서 넥타이 판매담당자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불황으로 삭막한 구조조정 바람이 불자 두 사람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나고 말았다.

워커와 브라이티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손으로 만든 실크 넥타이만 파는 헌터스 파트너십이라는 회사를 영국의 고급 양복점가 새빌거리에 차렸다.

디자인은 대부분 전통적인 영국풍을 딴 점잖은 것으로 했다.

그들은 천연소재만 쓰고 안감을 모직으로 대는 등 넥타이 고급화에 힘썼다.

값은 한개에 70달러로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영국은 물론 스칸디나비아.미국 등지의 소매점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지난해 말에는 '럭셔리타이스닷컴(http://www.Luxuryties.com)' 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자기가 선택한 넥타이가 어떤 색깔의 와이셔츠와 어울리는지 맞춰볼 수 있다.

남자들이 가장 많이 입는 흰색.하늘색.분홍색.줄무늬 와이셔츠 등 여러 가지 견본이 마련돼 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어떤 와이셔츠와 어울릴 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스캐너가 있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셔츠를 입력할 수도 있다.

브라이티는 "인터넷 상에서는 넥타이를 아무리 여러 개 늘어 놓고 색깔을 맞춰보아도 점원이 눈치를 안 줘 마음이 편하다" 고 말했다.

초보자도 사이트를 다루기 쉽게 꾸며져 있다 보니 두달 만에 히트 건수가 8만6천건에 달했다.

이들은 전세계 고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디자인 패턴 개발을 위해 각국 문화를 연구해 나갔다.

그 결과 일본인은 칼 문양을 싫어하는 대신 귀여운 강아지.곰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중동사람들은 십자가와 별 모양이라면 질색이다.

사이트에서 셔츠와 넥타이를 맞춰볼 수 있게 한 아이디어와 문화 특색을 살린 디자인이 헌터스 파트너십의 성공 비결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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