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유럽 '증시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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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주일 전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17일의 증시는 끔찍했다. 하루에 1백포인트 가량이 빠진 주가지수에 한숨을 쉬고, 미국 주가의 영향권에 있는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는 소식에 자존심까지 상한 독자도 많았을 것이다.

이번 주는 분명히 지난 주보다 뉴욕발 충격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미국 나스닥지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업실적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이유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낙폭이 작고, 지난 주에 워낙 단련이 된터라 국내 투자가들에게 주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주만해도 논란거리였던 미국 경기는 지표상으로는 여전히 호황이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4월 10~15일 사이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자 수는 25만7천명으로, 1973년 12월 이후 27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완전 실업자 수가 이렇게 줄어들면 곧 임금상승과 물가압박으로 이어진다.

5월 중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聯準)이 한차례 금리를 추가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지표에 근거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유럽 주요국들의 증시 통합 움직임도 유심히 지켜봐야할 것이다.

외신은 이번주 중에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합병 성사여부가 결판날 것으로 전하고 있다.

유럽에는 이미 브뤼셀과 파리.암스테르담 증시가 통합돼 국경없는 주식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선진국 증시들의 이같은 통합바람은 규모가 턱없이 작으면서도 시장이 여러개로 나뉘어 있는 국내 증시에도 조만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파리 협상을 끝낸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 여부도 오는 25일 채권단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5억6천만달러라는 매각대금이 흡족하지는 않지만, 채권단에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르노의 삼성차 인수는 이제 절차문제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눈여겨봐야할 결정 가운데 하나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다.

지난 주 한차례 연기된 끝에 오는 27일에 다시 심사를 받게 된다. 아직은 조건부 승인 형태로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엠닷컴.LG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공정위가 조건부라도 승인을 해줄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비단 경쟁사들의 반발 때문이 아니라해도 공정위의 결정은 앞으로 정부의 반독점 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룹 붕괴 이후 주인이 없어진 대우증권의 새주인 결정 작업도 이번 주에 가속화할 전망이다.

과연 세간의 소문대로 SK그룹이 새주인이 될지 주목된다.

총선 이후 다시 번지고 있는 정부내 경제팀 개편론도 이번 주를 지나면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손병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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