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다케시타파 지지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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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언론은 최근 10여년 간의 정계를 곧잘 '일곱 부교(奉行.무인정권의 장관)시대' 라고 부른다.

1987년 자민당내 다케시타(竹下)파 결성에 앞장섰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62)전 총리를 비롯한 7명이 정계를 주물러온 것을 빗댄 말이다.

7명 중에는 오부치 외에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62).하타 쓰토무(羽田孜.64)전 총리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최근 7인 천하 시대의 막이 내리고 있다.

다케시타파를 물려받은 오부치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정치생명이 끝난 상태다.

오부치 선거 사무실은 총선을 앞두고 후계를 차녀(26)로 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자민당의 중진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74)전 관방장관은 최근 정계은퇴를 굳혔다.지난 1월의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이다. 98년 자민당 총재 경선 때 오부치파를 이탈해 출마하기도 했던 그는 보수본당이었다.리더십이 빼어나 '대난세의 가지야마' 로 불리기도 했다.

98년 위암으로 숨진 오쿠다 게이와(奧田敬和)전 자치상을 합치면 3명이 일선을 떠난 셈이다.

공교롭게도 현직 4명의 영향력도 떨어지고 있다.

92년 말 다케시타파를 뛰쳐나온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57)자유당 당수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때 비(非)자민 연립정권의 설계사, 거대야당 신진당 당수를 맡았지만 의원 24명의 군소정당 당수로 쭈그러들었다.

자민당과의 연정 해소과정에서 의원 26명이 빠져나가 보수당을 결성한 데 따른 것이다.

정계의 이단아.혁명아로 불린 그의 요즘 별명은 '중년의 독불장군' 이다.

재임기간 64일의 역대 최단명 총리였던 하타는 제 1야당 민주당 간사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대표, 간 나오토(菅直人)정조회장한테 얼굴이 가려 있다.

그의 화려한 복귀는 어렵다는 평이다.

하시모토 전 총리는 오부치 파벌 회장으로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친화력이 약해 회장직을 맡아도 통제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신진당에서 국회부의장에 오른 와타나베 고조(渡邊恒三.67.무소속)가 차기 총선 후 특정 정당에서 요직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은 정계를 지배해 온 다케시타파 핵심들이 잇따라 은퇴하자 고무된 분위기다.

하토야마 대표는 "일본 정치의 주력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 며 "새 정치의 싹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고 반겼다.

정계의 세대교체 바람도 거세지게 됐다.

자민당의 경우 소장층이 요구해 온 73세 의원정년제를 차기 총선에서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옛 다케시타파를 휩싼 먹구름은 시대의 변화를 머금고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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