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챈 감독, "공중화장실 해프닝 필름에 담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메 이드 인 홍콩' 으로 유명한 홍콩의 프루트 챈(41)감독이 한국업체와 디지털영화 제작을 협의하기 위해 20일 내한했다.

디지털 영상 콘텐츠 제작사인 '디지털네가' 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인 '아시아 3개국 합작 디지털 영화제작' 에서 홍콩 대표로 선정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고괴담' 의 박기형 감독, 일본은 나카다 히데오(공포영화 '링' 의 감독)가 참여한다.

이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프루트 챈은 중국.홍콩.한국.일본.미국의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유명배우를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 공중화장실을 소재로 택한 이유는.

"공중화장실이 동성연애자의 모임 장소로 자주 활용되는 것에 착안했다. 더구나 화장실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누구나 하루에 한 번 이상씩 가는 친숙한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사실 디지털작업이 아니라면 이런 기획도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이다.

필름과 달리 디지털 작업은 스태프 수가 적어도 되고 이동 장비도 많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여러 도시에서 촬영해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 카메라를 숨기고 공중화장실 풍경을 찍겠다고 했는데 상대가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한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사적인 공간을 침범한다는 면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관객들이 그런 것들에 호기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 찍어 놓고 편집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정해진 답은 없다고 본다. 내 양심이 설정해 놓은 윤리적 경계를 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

- 디지털로 작업하면 필름으로 찍을 때보다 집중도나 밀도가 떨어지지 않겠나.

"그런 걱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디지털이 찍기가 쉽다고 많은 분량을 찍고 나면 나중에 편집할 때 고생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결국엔 감독의 경험이 결정할 거다.

몇 번 고생하고 나면 필름 찍을 때처럼 밀도있게 작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디지털의 등장이 영화미학에 어떤 영향을 주리라고 보나.

"디지털은 MTV문화에 젖어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다. 또 디지털이 누구나 쉽게 영화제작을 하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어떤 새로운 이미지와 미학이 탄생할 지 현재로서는 갸늠하기 힘들다.

어찌됐든 나이든 감독들은 그같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더 긴장하게 될 것이다".

- '메이드 인 홍콩' 도 그렇고 이번 프로젝트에도 신세대들이 등장한다고 했다.

젊은이들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아시아의 경우 영화 관객의 대부분을 젊은 관객들이 차지하고 있다. 또 젊은이들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고안한다.

이들의 사고와 감각을 따라가는 게 아주 재미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젊은이들이 내 영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

한편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디지털네가 측은 "편당 10억~30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할 것이며 10월경 세 작품이 완성되면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