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TV서 컬트영화 15편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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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컬트라는 말을 남발하면서 '컬트라고 이름 붙이면 컬트가 되는' 세상이 됐다.

케이블채널 예술영화TV(CH37)가 다음달 1일부터 한달 동안 월~수 밤10시에 마련하는 '컬트 무비 컬렉션' 에도 "이 영화도 컬트였던가" 하는 의문이 드는 작품이 끼어있다.

뤽 베송의 '니키타' (1일)와 마틴 스코세지의 '택시 드라이버' (3일)가 그런 예. 두 작품을 빼면 '컬트 무비 컬렉션' 은 유명 감독.스타들이 무명시절 찍은 작품과 국내에는 '비디오로조차도 '소개되지 않은 미지의 작품들로 채워져 제법 '컬트' 적인 매력을 갖췄다.

프랜시스 코폴라가 24세때 만든 데뷔작 '디멘시아' (16일)나 로만 폴란스키의 초기 작품 '리펄션' (23일)과 '궁지' (31일)는 전자의 대표격들. '디멘시아' 는 도끼 살인이 화면을 뒤덮는 유혈극으로 '근원적인 공포' 에 탐닉하는 코폴라의 취향을 잘 보여주는 시금석같은 작품이다.

또 남자혐오증에 걸린 미녀(카트린 드뇌브)가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의 '리펄션' 과 드뇌브의 언니 프랑수아즈 도를레악을 출연시킨 이색 스릴러 '궁지' 역시 괴퍅하고도 섬세한 폴란스키의 연출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축도들이다.

조셉 맨케비츠 감독의 1959년작 '지난 여름 갑자기' (24일)도 엘리자베스 테일러.몽고메리 클리프트.캐서린 헵번 등 당대 최고 스타 3명이 주연했지만 근친상간.동성애 같은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컬트' 적이다.

미지의 작품 중에서도 볼 것이 많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그로테스크하게 비튼 데렉 자만 감독의 '템페스트' (2일), 세상에 원한을 품은 컴퓨터 도사가 TV로 사람들을 죽이는 장치를 만든다는 뤽 베송 각본의 '가미카제' (8일)는 분방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수작들이다.

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스페이스 오딧세이' 를 B급 공포영화의 대부 존 카펜터가 패러디한 '다크 스타' (9일), 아더왕의 전설을 냉정하게 그린 '호수의 기사 랜슬롯' (29일)은 제작 당시인 70년대의 반전정신을 깔고있어 흥미를 자극한다.

이밖에 유태인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생애를 환상적 기법으로 그린 켄 러셀 감독의 '말러' (10일)도 추천할 만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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