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북 대동강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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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해 말부터 평양 대동강 공장에서 만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 국내에 들어와 팔린다.

대동강 공장은 1980년대 초 북한 당국이 북한 출신 재일동포와 함께 3만평의 대지에 건설한 현대식 건물 5개동. 대만.일본과 헝가리 등 동유럽 기업의 부품을 조립하는 등 가동률이 한때 80%를 넘기도 했지만 94년 김일성(金日成) 사망 이후 일감이 줄어 조업이 중단됐다.

국내 기업이 이곳에 본격 진출한 것은 97년부터다. 성남전자(카세트테이프) 등 중소 전자업체 6곳이 처음 들어갔고,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진출해 TV 등을 조립하고 있다.

현재 1천여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최근 이곳을 '전자산업 임가공 전문 공장' 으로 지정했다.

대동강이 바로 보여 경관이 뛰어난 이곳은 평양 시내에 위치해 전력 사정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숙련공도 꽤 많고 제품의 불량률이 국내 공장과 비슷할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고 전자조합 박병찬 사업본부장이 전했다.

이곳 전문 인력 가운데는 김일성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고급 엔지니어도 있어 국내 업체들이 일감을 맡기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朴본부장은 덧붙였다.

대동강 공장을 비롯, 북한지역 공장의 임가공 일감을 따내는 일은 중국에 파견된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베이징 대표부가 맡는다. 대표부에는 차관보급 대표 1명을 포함, 3명이 상주하고 있다.

필요하면 북한 엔지니어가 중국으로 나와 국내기업과 조립부품과 관련한 기술 등에 대해 협의하고, 생산직 근로자 일부는 제품조립 공정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고 돌아간다.

북한지역 내 모든 임가공 공장은 독립채산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신들이 벌어서 쓰는 형식이다.

대동강 공장도 남한기업이 맡기는 임가공으로 돈을 벌어 근로자의 식량 구입비는 물론 생활비도 보조한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당국의 식량지급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 북한 민경련과의 접촉〓북한 공장에서 임가공 사업을 맡기려면 통일부에 북한주민 접촉 신고를 해야 하며, 국내에서 민경련 베이징 대표부와 전화연락은 물론 팩스교환이 가능하다.

북한측과의 임가공 사업 협의는 베이징에 있는 베이징차이나 월드호텔.카빈스키호텔 등에서 이뤄진다.

첫 상면 때는 북한측의 경계심도 적지 않아 만나는 장소와 기간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협의한 곳도 베이징차이나월드호텔이다.

임가공 사업 성사단계에서 북한측이 별도의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북한이 생산하지 못하는 물자를 보내달라는 것이다.

북한 당국에 선물을 주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선물은 한곳에 모여져 전시된다.

◇ 임가공 절차〓임가공 사업이 합의되면 조립용 부품은 인천항에서 선적돼 배편으로 남포항으로 보내진다. 8일마다 인천과 남포를 오가는 캄보디아 국적선이 이를 수송한다.

조립부품을 보낸 뒤 완제품을 반입하는 데 통상 한달 보름정도 걸린다. 임가공에 대한 대가 송금은 물품이 인천항에 도착한 다음 베이징에 있는 중국은행을 통해 민경련의 예금계좌로 들어간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임가공 사업을 할 때 북한에 조립용 부품은 물론 대동강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작업복.운동화 등도 함께 보낸다" 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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