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전하는 ‘대통령 특사’의 쏠쏠한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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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특사로 파견된 국회의원들이 20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이 전하는 에피소드가 화제다. 청와대와 여의도의 거리를 좁히고 의원들의 외교역량을 높이는 효과와 더불어 대통령 특사만의 ‘쏠쏠한 재미’도 관심을 끈다.

의원들이 맛본 신기한 즐거움 중 하나는 이 대통령의 격려금이다. 봉황·무궁화 문양과 ‘장도(壯途·중대한 사명이나 장한 뜻을 품고 떠나는 길)’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이라는 금색 글씨가 새겨진 흰 봉투에 2000달러(약 230만원) 정도를 넣어 전달한다고 한다. 올해 특사를 다녀온 한나라당 소속의 한 의원은 2일 “외국으로 떠나기 직전 격려금 봉투를 받아 열어 보니 100달러짜리 20장이 들어 있더라”며 “돈은 썼지만 봉투는 기념으로 보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은 “나 역시 2000달러의 격려금 봉투를 받았다”며 “특사 기간이나 비중 등에 따라 1000∼3000달러로 약간씩 차이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냥 흰 봉투에 담긴 ‘선물값’을 특사단장에게 받았다”는 경우도 있다.

현지에서 겪는 ‘특급 경호’도 색다른 경험이다.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취임식을 다녀온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은 “오토바이 두 대가 행렬 앞에 배치되고 특사단엔 국빈용 차량 등이 제공됐다”며 “도로 교통을 통제시켜 막힘 없이 달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에콰도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보행 중에도 건장한 청년 4명의 경호를 받았다. 진 의원은 “잠잘 때만 빼면 잠깐 관광을 할 때도 경호원들이 계속 옆을 지켰다” 고 회상했다. 이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있는 데다 상대국의 지도자들을 만나다 보니 경호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외국 언론의 환대도 짭짤하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우즈베키스탄의 일간지를 한 움큼 들고 귀국했다. 안 원내대표가 카리모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사진이 1면 톱기사로 실린 지면이다. 함께 특사를 다녀온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유력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한국 특사단에 관심이 컸다”며 “권한이 막강한 대통령 일정이라 더 비중 있게 다룬 듯했다”고 말했다.

귀국 보따리엔 선물도 담긴다. 지난 9월 세르비아와 스웨덴을 방문했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만나는 분마다 전통 소품, 공예품 같은 걸 줘서 선물이 푸짐했다”고 소개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이 대통령이 주는 ‘공로패’가 기다린다.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한 외교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이 패를 수여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난달 폴란드와 노르웨이를 다녀온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대통령 특사가 의원들에게 값진 기회일 뿐 아니라 한국의 위상을 확인하는 뿌듯한 경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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